덩치 커지는 현·철 바람에 흔들리는 2가지

  • 등록 2013-10-17 오후 4:15:23

    수정 2013-10-17 오후 4:51:52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분할후 인수합병에 성공하면 그룹의 지배구조와 오너 일가의 역할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업계 따르면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부분 합병으로 현대자동차 내 정몽구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사진)의 입지는 줄어들고 정의선 현대제철 부회장의 역할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신 사장은 규모가 크게 줄어든 현대하이스코를 계속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부문을 현대제철(004020)로 넘기게 되면서 자산 3조 원 가량이 빠지고 1조180억 원만 남는다. 강관, 플랜트, 자원개발 부문 등만으로 사업을 영위하게 돼 사실상 과거 현대강관 시절로 돌아가게 됐다,

그룹차원에서 결정된 이번 합병이 애초 인수합병에서 부분합병으로 전략을 선회한 배경에는 신 사장을 배려한 점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신 사장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출신으로 1998년 현대하이스코로 옮겨 2005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4년 한보철강 인수 이후 폐허로 버려졌던 냉연지구(현 당진공장)을 조기 정상화하고, 제2냉연공장을 건설하는 등 현대하이스코를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평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사위인 신 사장이 합병회사인 현대제철을 맡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며 “냉연사업을 떼어내고 남게 되는 회사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하이스코는 강관과 자동차 경량화 사업, 해외 가공센터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덩치가 커진 현대제철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되 오너인 정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말 인사에서 뚜렷한 윤곽이 잡히겠지만 현대제철은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현대하이스코는 신 사장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010520)를 부분합병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 내 새로운 순환출자고리가 만들어진다. 합병이후에 현대자동차가 보유하고 있는 29.4%의 현대하이스코 지분은 10% 안팎의 현대제철 지분으로 바뀌게 된다.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그룹내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과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제철 지분을 맞바꾸는 형태의 지분 교환도 가능하다”며 “이 경우 향후 자사주를 매각해야 하는 대규모 물량 부담 이슈가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제철이 모비스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할 경우 약 1조6000억 원의 현금 유입이 가능하고 현대제철의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합병 결정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피하는 동시에 보다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번 합병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확보하고 있는 정 회장이 추가 지분을 확보하면 정 부회장에게 증여하기도 쉬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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