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외환銀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외환은행(004940)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다시 부상하자 외국계 자본 `먹튀` 논란 탓에 외환은행 인수 희망을 사실상 접었던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쌍수를 들고 반대하던 외환은행 노조도 산업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희망 소식을 듣고 반기는 분위기다.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작업을 진행할 때 마다 이상적인 외환은행 인수자로 산업은행을 거론해 왔다. 영업점포가 거의 없는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업무 중복이 없어 인력 구조조정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산업은행의 기업금융, 외환은행의 외환업무 강점이 결합해 국내외 금융 시장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민영화 계획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도 외환은행 인수를 강력히 희망해 왔다.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만 하면 민영화의 과장 큰 과제로 거론되는 수신기반 확보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수자와 피인수자의 이러한 희망에도 불구, 그동안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것으로 여겨져왔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 후 막대한 차익을 남기게 되는 이른바 `먹튀` 현상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정부의 부담 및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인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전격 나서자 두 은행의 행보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다면 산은도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에 산업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불가 방침을 다시 검토해달라는 항변이다.

외환은행 노조도 "공적자금이 7조원이나 들어간 서울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은 되고 산업은행은 안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냐"며 산업은행의 입장을 측면 지원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19일자 신문 광고면에 게재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대해 "외환은행의 몸값만 올려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오는 25일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수협상이 깨지지 않는 한 산업은행과 외환은행 노조가 상황을 바꾸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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