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칼' 장착한 공정위…독과점 조장하는 '낡은 규제' 벤다

[공정위 2021년 업무보고]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해 규제개혁 강화
규제 개선 요구하면 타부처 의무적 답변
사건처리와 연계해 경쟁제한 규제 혁파
군납·아파트유지보수 입찰 제도 개선
  • 등록 2021-01-22 오후 2:10:00

    수정 2021-01-22 오후 2:10:00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적 규제 혁파에 보다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으로 공정위가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을 요구하면, 해당부처는 의무적으로 개선여부에 대해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칼’을 새로 만들면서다. 공정위는 앞으로 사건 처리와 연계해 경쟁제한적 규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통과된 공정거래법 제4조(독과점적 시장구조의 개선 등)에 ‘공정위가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관련부처 장관에게 경쟁의 도입 등 시장구조 개선 관련 의견을 제시하면, 해당부처 장관은 검토결과를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송부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기존 법률에는 해당부처 장관이 답변을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없었다. 이 규정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공정위는 이 규정으로 인해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공정위가 규제개선을 요구하더라도 해당부처에서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면서 “이제는 규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타당한 이유 등을 제시해야하는 만큼 해당부처와 논의를 보다 강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쟁주창(competition advocacy) 기능은 공정위 본연의 기능 중 하나다. 독립기관인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이유 중 하나도 다른 부처에서 경쟁제한적 규제를 신설할 경우 의견을 제시하고, 기존에 있던 경쟁제한 규제에 대해서도 개선 요구를 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지난 2019년 발의된 ‘타다금지법’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과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런 의견을 제때에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타다법이 통과됐다.

김재신 부위원장은 이런 과거 실수를 재발하지 않도록 경쟁주창 기능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취임사에서 “규제개혁의 스피릿을 다시 살리겠다”며 “경쟁당국으로서 경쟁촉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경쟁적 행태를 제재하는 법 집행뿐만 아니라 경쟁제한적인 규제와 제도를 찾아 반경쟁적 행태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994년 경쟁국 제도개선과 사무관을 맡으면서 경쟁제한적 규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공정위는 무엇보다 사건처리와 연계해 규제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테면 담합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분야의 경우 오히려 입찰제도가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법 시정이전에도 적극적으로 경쟁제한적 규제 혁파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군납 입찰담합, 아파트 유지보수 입찰담합을 조장하는 제도와 관행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차례 담합 혐의가 드러나 공정위가 과징금, 고발 조치를 취했지만, 제재만으로는 담합을 근절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중소사업자의 사업활동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규제, 신기술을 보유한 사업자가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기술 규제 등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보습학원이 입시컨설팅을 병행할 경우 각각 면적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규정을 완화하고, 항공기 없이 드론만 보유해도 항공촬영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공정위 핵심 관계자는 “경쟁제한 행위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잘못된 규제나 제도 탓인 부분이 많다”면서 “입찰제도, 산업유통구조분야의 구조를 바꾸는 게 특정사건 하나하나 제재를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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