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에 600억 지원?…큰돈 아니지만 대한항공 신용도 `흔들`

“법정관리 자회사 지원 현실화 하면…계열 리스크 절연 안돼”
“재무지표 악화할 정도 아니지만, 추가 지원 여지 남겨”
  • 등록 2016-09-19 오후 3:12:16

    수정 2016-09-19 오후 3:12:16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5400억원 가운데 600억원`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003490)이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할 것으로 거론되는 600억원은 올해 상반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 5400억원에 비하면 큰 돈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이 이사회에서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다면 대한항공 신용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소에 600억원을 담보 대출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배임죄 성립 가능성을 제기한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앞으로 이사회가 열리면 지원 논의는 다시 이뤄질 수 있어 신평사들도 이사회 의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평사와 회사채시장 참여자들은 대한항공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자회사에 대해 지원금을 부담하는 일이 현실화한다면 법정관리 신청으로 해소된 줄 알았던 한진해운과 관련한 계열 지원 리스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주주가 경영권을 포기하고 법원의 관리로 넘어간 회사를 지원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 신평사들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 부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으로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한진해운 관련 채권 손실 부담이 얼마나 되는 지가 주요 감시 포인트로 거론됐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대한항공과의 리스크가 절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게 돌아간다면 신용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600억원 지원이 현실화하면 앞으로도 추가 지원이 이뤄질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늘어난 45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채비율은 1108%에 이르고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2조5200억원인데 비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8조2930억원으로 현금 유동성이 나빠진 상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펀드매니저는 “논의되고 있는 지원금 600억원은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을 흔들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한진그룹의 계열 리스크를 판단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대한항공 주주와 채권자는 물론 회사에도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배임죄 성립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한진해운 대주주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긴급하게 지원 방안을 구상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시장에서는 증시 상장기업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회사를 위해 자산을 내놓는 일은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큰 만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추가로 사재를 출연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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