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회사채 인기…'높은 금리에 투자여건도 좋다'

동급 아시아 회사채 대비 프리미엄
실적·경제성장률·위안화 전망 나쁘지 않아
  • 등록 2015-08-10 오후 2:20:46

    수정 2015-08-10 오후 2:20:46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국 투자등급 회사채가 높은 금리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7%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기업 실적도 견조한데다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중국 채권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다만, 중국 지방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펀더멘탈에 비해 높은 투자등급을 받은 경우가 있고 국유기업 디폴트도 발생한 바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UBS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투자등급 중국 회사채 수익률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비해 1.9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같은 등급 회사채 수익률보다 1.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인도와 말레이시아의 투자등급 회사채의 미 국채 대비 가산금리가 각각 1.86%포인트, 1.37%포인트인 것에 비해 중국은 프리미엄을 더 얹어 발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27일 중국 증시가 8.5% 빠진 이후 중국 항만운영업체 초상국국제유한공사는 3.5%의 금리에 7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한 주 전 인도의 항만 운영사 아다니 포트 앤 스페셜 이코노믹 존이 6억5000만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적용한 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다만, S&P로부터 초상국국제유한공사는 신용등급을 ‘BBB+’로 부여받아 아다니보다 두 단계 높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신용등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더 싼 금리에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같은 금리에 발행한 것이다.

에드윈 찬 UBS 아시아 크레딧 리서치 헤드는 “중국 채권은 발행량이 많아 변동성도 높다”며 “지금과 같은 공급물량이 이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더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중국 기업들은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표시 채권 738억달러 발행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5%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아시아 회사채 수익률도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 회사채 금리는 중국 증시 급락과 위안화 약세, 중국 경기 부진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 비하면 안정성 면에서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28% 급락한 반면 JP모간 아시아 크레딧 인덱스로 본 중국 기업의 달러화 표시 채권 가격은 같은 기간 0.6% 올랐다.

주식과 비교해 회사채 가격이 오른 것은 중국이 비교적 7%대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채무를 상환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영업실적이 뒷받침된다는 점 때문이다.

브라이언 콜린스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중국 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중국 회사 대부분이 매출 호조와 함께 펀더멘탈 전망도 안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말 중국 증시가 급락했을 때에도 피델리티의 중국 채권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중국 회사채 매력을 높이는 이유다. 중국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높은 데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경우 중국 채권에 대한 높은 프리미엄은 완충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이든 브리스코 얼라이언스번스틴홀딩스 아태지역 채권담당은 “아시아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중국 시장은 그 중에서도 강해 보인다”며 “중국은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없는데다 위안화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우려도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근 25년 만에 최저 수준인 만큼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제한될 수 있고, 중국 정부가 수출 진작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은 그만큼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악재다.

드물기는 하지만 디폴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올해 선전 소재 부동산개발업체 카이사그룹홀딩스가 회사채 일부를 갚지 못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중국 회사채 수익률이 아시아 동급 회사에 비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이들 회사의 리스크가 높다는 인식 때문이다. 도이치방크에 따르면 올 들어 투기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중국 기업 중 26%가 최소 BBB 등급을 받아 2012년 16%에 비해 늘었다.

하시 아가왈 도이체방크 아시아 크레딧 리서치 헤드는 “중국 기업들 중에서 특히 지방정부 소유의 국유 기업들 상당수는 기업 펀더멘털만 봤을 때 정크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며 “단지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베이징시가 운영하고 있는 베이징캐피탈랜드 역시 S&P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지만, S&P는 재정난이 발생하면 지방 정부가 적절한 시점에 충분한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등급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부채 부담이 있는 만큼 BB 등급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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