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논란'→'공정위 불허'. 케이블 구조조정 시기 놓쳤다

공정위, 유료방송 경쟁제한성을 지역기준으로 봐서 논란
딜라이브, 현대HCN 등 다른 케이블도 매각 어려울 듯
긍정 분위기가 불허로 급변한 데는 SBS 등 지상파 영향도
합병불허 외치던 KT, LG유플러스는 잠잠
  • 등록 2016-07-05 오후 1:30:05

    수정 2016-07-06 오후 4:41:16

[이데일리 김현아 김유성 기자] 박근혜 정부가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M&A)에 대해 합병은 물론 주식취득까지 불허하기로 하면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하는 케이블TV업계의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통해 디지털 융합에 따른 자율적 구조조정을 촉진하려 하지만, 유료방송 분야에 있어서는 현재 구도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에서다.

이번 M&A 무산으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물로 나와 있는 딜라이브(옛 씨앤앰)이나 독자 생존 여부를 고민 중인 현대HCN 등 케이블 업계의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는 사실상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미디어 시장은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기반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약진과 방송통신 융합으로 인해 기존 케이블 가입자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유료방송에 통신사 지분이 들어오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정위가 보낸 심사보고서에서는 경쟁제한성 기준을 지역방송(78 개 프렌차이즈 기준)으로 봤는데, 이 기준을 그대로 다른 M&A에 적용할 경우 강도높은 조건 부과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의 유료방송 인수도 쉽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료방송 점유율은 합산규제(전국 가입자 1/3 초과 금지)로 일원화됐는데 공정위가 지역 프렌차이즈 기준으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한 것은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 일관성을 훼손한 일”이라면서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서비스 제공하는 대형 IPTV사업자 보다 중소 케이블업계를 더 규제하는 모순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케이블업계는 규모의 한계, 지역사업자의 한계로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 및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위기 타개를 위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인수합병 불허로 인해 자구적인 구조개편 추진이 어렵다. 지역방송 사업자인 케이블TV의 생존을 위한 전폭적인 규제완화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평가 기준이 방송통신 정책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방향과 다른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부 출범직후 케이블TV(SO)의 규제관할권 문제를 두고 정부조직개편이 늦어졌던 상황을 고려할 때, SO와의 악연이 임기 말기로 접어들면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논란끝에 정부조직은 미래창조과학부에 유료방송 진흥 기능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지상파·종편·통신사 사후 규제 등의 업무를 주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SO가 미래부로 넘어간 뒤 정말 ‘소(SO)를 살렸는 가’는 미지수인 것이다 .

2월 26일 CJ헬로비전 합병결의 임시주총이 열렸다. 합병계약서 찬성은 발행주식의 73.06%로, 참석 주주의 97.15%가 찬성해 원안대로 승인됐다. 합병 기일은 4월 1일이었다.
3개월 ‘긍정’, 4개월 ‘논란’, 결국 불허…지상파 반대때문?

이 합병을 바라보는 공정위의 분위기가 긍정에서 불허로 바뀌는 과정에서 S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강력한 합병반대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31일 SK브로드밴드 노동조합의 이메일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올해 3월까지는 이 합병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 효과인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콘텐츠 산업 육성이 주된 화두였다. 경쟁사(KT, LG유플러스)가 ‘합병반대’를 외쳤지만, 정부 당국에서도 알뜰폰 문제나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결합상품으로 전이되는 문제 정도만 들여다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3월이후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SBS가 연일 SK와 CJ를 비판하는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국가기간 방송사인 KBS도 합병관련 토론회 소식을 전하면서 합병 반대에 무게를 싣는 보도를 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단체인 한국방송협회가 합병반대를 공식화한 것도 이즈음이다.

공정거래위원장은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심사가 마무리단계라고 했다가 계속 자료 보정을 이유로 시간을 끌더니 신청서를 낸지 7개월이 지난 시점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규모가 큰 유료방송사의 출현과 헬로비전 매각 대금의 CJ그룹 유입에 따른 지상파 경쟁력 약화라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우려를 정부가 고려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SK-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가 자산인 전파를 자사 이익에 따라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어 내년 지상파 재승인을 앞두고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문제가 다시 도마위로 오를 조짐이다.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작년까지 아무 말 없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갑자기 반대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이견이 있다해도 말 그대로 신문도, 인터넷도 아닌 공공재인 주파수를 쓰는 지상파 방송이 이런 짓을 하는 것은 방송의 사유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합병불허 외치던 경쟁사들도 잠잠

점유율제한이나 결합상품 금지 같은 강한 인수조건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이 M&A에 대해 정작 주식취득 금지와 합병 불허 결정이 나오자, KT와 LG유플러스도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그동안 합병 찬성이냐 합병 불허냐를 두고 치열한 여론전과 대정부 물밑 경쟁을 했지만, 예기치 못한 합병불허 결정이 공정위에서 나오면서 당사자들의 반응과 정부 반응이 이후 국내 미디어 및 통신 정책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는 모양새다.

경쟁사 관계자는 “SK텔레콤에서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공식 입장을 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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