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백화점서 면세점까지..유통날개 달았다(종합2보)

600억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에 241억 제시해 낙찰
김해공항에 과감히 베팅했던 신세계는 고배
갤러리아 "외국인 마케팅에 면세점 날개 달았다"
  • 등록 2014-02-13 오후 3:58:48

    수정 2014-02-13 오후 5:44:22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의외의 복병이 결국 일을 냈다. 한화갤러리아백화점의 자회사인 한화타임월드가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제주국제공항 출국장면세점 운영권을 따냈다.

김승연 회장의 집행유예 출소로 자신감을 회복한 한화가 기존 백화점 사업에 이어 면세점까지 유통사업 영토를 넓히게 됐다. 한화의 가세로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 신라(호텔신라(008770)), 신세계(004170)와 함께 4파전으로 확대됐다.

13일 공항공사는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사로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인 한화타임월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입찰에 참여한 6개 업체 중에서 한화는 가장 많은 241억원을 써냈다. 이번 입찰은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화타임월드는 앞으로 5년간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제주공항 면세점은 409㎡(124평) 규모로 여객청사 국제선 3층에 있다. 다른 면세점과 달리 화장품과 주류, 담배 등을 모두 팔 수 있는 단일매장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국내 대표적인 알짜 사업장으로 통한다. 제주공항 면세점 매출은 2011년 265억원에서 지난해 611억원으로 131% 급증했다.

애초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은 한화와 신세계의 2파전이었다. 그간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해왔던 롯데면세점 뿐 아니라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도 이번 입찰을 포기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면세점 사업에 대한 ‘대기업 쏠림’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롯데와 신라가 빠진 판에서 유력한 후보는 신세계였다. 하지만 신세계는 뜻밖에 몸을 사렸다. 신세계가 지난해 김해공항 입찰에서 롯데와 신라보다 60% 많은 640억원의 입찰 금액을 써서 운영권을 따낸 이후, 과도한 입찰 금액에 대한 내부 진통을 겪었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불안감이 이번 제주공항 입찰에서 과감한 베팅을 막았다.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반면 한화는 처음 면세점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신규 사업자다. 한화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이 면세점 사업을 독식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 신규 사업자도 해볼 만한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 시장의 성장이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어, 한화는 새로운 신규 유통사업이 필요했다.

특히 제주공항 면세점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흑자 면세점인 데다 신규 사업자가 진행하기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 매력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갤러리아 입장에서는 제주공항 면세점이 기존 백화점의 강점을 살리고 면세점 운영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적절한 규모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과 외국인 마케팅에 강한 편이다. 갤러리아명품관은 강남상권 내에서 단일매장 외국인 매출로 1위다. 국내 전체로 따져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갤러리아가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면, 기존의 외국인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케팅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김민정 갤러리아 전략실 상무는 “갤러리아의 외국인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할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연계하고 제주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각적인 운영 안을 마련해 작지만 강한 면세점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면세점 사업자는 유통 대기업인 한화의 진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에 이어 한화까지 면세점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면서 “9월 예정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도 과열 양상을 띄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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