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성균관대 교수가 딸의 논문을 위한 실험에 연구실 대학원생들을 동원한 정황이 교육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딸은 해당 실험을 바탕으로 각종 연구과제상을 수상하고 이를 이용해 대학원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성균관대에 A교수 파면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A교수가 수도권 사립대에 재학 중인 자녀의 입시를 위해 연구실 대학원생들을 동원, 동물실험·논문 작성 등을 지시했다는 제보를 접수해 지난 1월 28~30일과 지난달 19~21일 특별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자녀 연구과제 수행·봉사활동 등에 대학원생 동원…딸은 해당 실적으로 대학원 합격
교육부 조사결과 A교수는 △자녀 연구과제 수행·입시자료 작성 등에 대학원생 동원 △자녀 논문 동물실험 데이터 조작 △대학원생들에게 자녀 봉사활동 대행 △자녀 대입 준비 관련 학술대회 발표자료에 대학원생 동원 등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교육부 특별조사에서 진술한 대학원생들에 따르면 A교수는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2016 학부생 연구프로그램’에 선정된 딸 B씨의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연구실 대학원생들에게 동물실험을 지시했다. B씨는 실험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며 연구 기간인 지난 2016년 7~9월 동안 단순 참관 목적으로 연구실을 약 2~3회 방문했다. 더욱이 실험이 진행 중이던 같은 해 9월3일 교환학생 신분으로 캐나다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또 실험 동원과 논문작성 지시 외에도 A교수는 B씨의 봉사활동이었던 약 180페이지 분량의 시각장애인 점자입력을 대학원생에게 지시하고 사례금 명목으로 50만원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이 같은 점자입력 봉사활동 54시간과 함께 연구과제를 통한 각종 수상·논문 등을 2018학년도 C대학교 대학원 자기소개서의 학업 외 활동내역에 반영해 해당 대학원에 최종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대학원 진학 뿐 아니라 대학 입시 준비 과정에서도 A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학술대회 발표자료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A교수는 B씨가 고3이던 지난 2013년 7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주관하는 제4회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 참가하는 B씨의 논문발표를 위한 자료(PPT) 작성을 대학원생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 대회에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수상했다. B씨는 해당 경력을 바탕으로 2014학년도 D 대학교 ‘과학인재특별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A교수 측 “사실 아니다”…교육부, 검찰 수사의뢰 예정
교육부는 또 A교수와 B씨, 실험에 참여한 일부 대학원생들이 해당 사실을 부정하고 추가 의혹에 대해 협조하지 않음에 따라 A교수를 업무방해죄·강요죄 등의 혐의로, B씨는 업무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할 예정이다.
더불어 딸 뿐 아니라 A교수의 아들도 또다른 대학원의 2015학년도 입학 과정에도 대학원생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사실을 확인하지 못함에 따라 A교수의 아들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 혐의로 수사의뢰 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특별조사 결과 법령 등 위반이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는 관련자와 관련 기관에 조속히 처분조치가 이행될 수 있도록 엄중히 관리·감독할 예정”이라며 “향후 대학사회의 교수 갑질문화 근절과 입학 업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