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재건수술, 로봇수술.줄기세포 이식으로 한층 진화

4월부터 유방재건수술 건강보험 급여 적용
  • 등록 2015-03-26 오후 2:22:31

    수정 2015-03-26 오후 2:22:31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이미선(여·48)씨는 최근 왼쪽 유방에 커다란 덩어리가 생겼다.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전이를 막기 위해 왼쪽 유방의 4분의 3 이상을 절제해야 했지만 담당 전문의로부터 암 부위만 절제하는 유방보존술과 수술 전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재건수술을 동시에 받는 방법을 권유받았다. 그녀는 수술 비용 때문에 망설였지만 올해 4월부터 유방재건수술도 건강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돼 부담을 덜었다.

보건복지부는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고 유방 상실로 인한 여성의 사회적·심리적 문제가 커지자 올해 4월부터 유방재건술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시행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유방재건술 비용은 최대 1,400만원에 달하던 환자 부담금이 본인부담률 50% 적용으로 200~4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유방재건술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지정됨에 따라 2018년까지 만명의 환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 유발하는 유방암 수술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2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서구화되고 있는 생활양식, 출산율 및 수유 감소, 정기검진 증가 등에 따라 유방암 발병률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아 생존율이 높고 치료방법 개선과 조기진단의 결과로 장기 생존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과정을 통해 경험하게 될 신체적 고통과 더불어 여성의 상징적 기관인 유방의 변형, 대인관계에 대한 걱정 등으로 유방암 진단 후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초기 유방암 환자의 대부분이 외과적 치료가 이뤄지는 첫 3개월 이내에 불안 증상이나 우울증상을 경험한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대인기피증을 겪어 별도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은 편이다.

전덕인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2006년 4월부터 2007년 1월까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유방내분비외과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기 중인 환자 48명에게 우울증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19명에게서 우울증상이 나타났다. 또 우울증상을 보인 환자들은 불안수준이 높고 암 적응척도에서 투병에 대한 의지와 긍정적 자기지각이 낮았다.

2014년 한국유방암학회 조사결과에서도 유방암 생존환자 1090명 중 절반 이상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중 중증 스트레스로 분류되는 4점 이상이 전체의 50.7%를 차지했으며 12.7%는 심각한 수준인 8점 이상으로 분류됐다.

◇미용효과·심리적 만족도 높은 유방보존술 각광

유방암 치료엔 수술과 비수술적 방법인 항암제, 방사선요법, 호르몬요법이 있다. 조기암을 제외하고 대개 이들 치료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최근엔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유방보존수술은 유방암 조직을 포함해서 주변의 정상조직의 일부만 제거하고 유두를 포함한 유방의 많은 부분을 보존할 수 있다.

1990년까지는 유방암 환자의 약 80%가 유방 전체와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모두 절제하는 유방전체절제술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방암 검진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조기 유방암의 진단율이 증가했고, 그만큼 유방보존수술이 가능한 환자수도 늘었다. 특히 유방보존을 원하는 30~40대 젊은 유방암 환자도 늘어 전체 유방암 환자의 70~80% 정도가 유방보존술을 받고 있다.

정봉화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외과 교수는 “유방보존술은 유방을 보존해주는 미용효과뿐 아니라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도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유방재건수술 방법 찾아야

유방재건수술은 가슴에 남아 있는 피부와 근육의 양을 고려해 수술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크게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과 자가조직을 이식하는 수술로 나뉜다.

보형물 삽입 유방재건술은 보형물을 충분히 덮을 수 있을 만큼의 가슴근육과 피부가 남아있어야 가능하다. 이 수술은 두 번에 걸쳐 시행되며, 1차 수술로 ‘조직 확장기’를 가슴근육아래 삽입하고 2~3개월 동안 피부를 늘린 뒤 2차 수술로 확장기를 빼고 영구 보형물을 넣는다. 수술 시간이 짧고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적합한 수술 방법이다. 다만 보형물 삽입 유방재건술은 2회에 걸쳐서 수술을 해야 하는 점과 재건에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자가조직 이식 수술법은 늘어진 복부조직을 이용한 방법이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 유방이 비교적 큰 경우 복부 근육 일부 또는 연부조직으로 유방을 재건하는데 이는 복부 성형술의 효과도 있어 동시에 날씬한 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배에 생기는 흉터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정도다.

등근육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등의 피부, 지방, 근육 등을 가슴 부분으로 옮겨 유방을 복원하는 방법이다.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에 비해 모양이 자연스럽고 염증 발생 등 부작용의 위험이 적다. 매우 안전한 방법이지만 경우에 따라 피부를 떼어낼 부위의 운동 제한 기간이 필요하고 등 뒤에 흉이 생긴다. 최근에는 브래지어 라인 뒤에 흉터를 숨길 수 있도록 개선된 수술법이 적용되고 있다.

◇로봇수술과 줄기세포 이용 지방이식으로 환자 만족도 높여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이번달 최신형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i 2대를 도입해 로봇을 이용한 유방재건수술이 가능해졌다. 특히 절개 부위를 최소로 할 수 있으며 정교한 작업이 가능해 유방의 크기가 작거나 유방의 일부분만을 재건할 때 유용하다.

또 유방에 이식한 지방이 쉽게 빠져나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함께 이식하는 방법도 있다. 지방과 함께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줄기세포가 혈관 생성을 돕고 상처 치유를 촉진하며 지방세포로 분화해 생착률을 높이는 작용을 하게 된다. 일본 도쿄대 요시무라 교수팀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유방암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지방이식을 실시한 결과 30~40%밖에 이르지 못했던 기존 지방이식 생착률이 최대 70%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인석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유방재건수술에서 줄기세포를 함께 이식하면 오랜 기간 유방의 모양을 유지할 수 있어 여성들의 만족도가 높고 수술 후 회복이 상당히 빠르며 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가슴피부가 얇은 경우에도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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