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유도? 탈당 권유? 김재원·태영호 '징계 딜레마' 빠진 與

윤리위 '정치적 해법' 언급…자진사퇴 유도 해석
태영호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는 상황" 말 아껴
홍준표, 지도부에 "그냥 탈당 권유하고 잘라야"
  • 등록 2023-05-09 오후 2:01:40

    수정 2023-05-09 오후 2:09:22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한 차례 유보한 가운데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오는 10일 전체회의를 다시 소집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최고위원이 자진사퇴하는 등 ‘정치적 해법’이 등장할 경우 양형에 반영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김재원·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뉴스1)
이를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리위가 두 최고위원에게 ‘자진사퇴’ 할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두 최고위원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당은 전국위원회를 열어 최고위원을 다시 선출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버틴다면 윤리위로서는 중징계가 불가피해진다. 만약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처분이 내려진다면 두 최고위원은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을 방법이 원천 봉쇄된다. 사실상 정치적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토지거래 허가제 관련 간담회장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지거래 허가제 개선방안 간담회’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언급한 ‘정치적 해법’에 대해 “이게 무슨 의미인지 고민해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어제 윤리위 질문 과정이나 심의 과정에서 그걸 느끼는 질문이나 대목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식으로 해석하느냐’는 질문에 “그분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어떤 걸 의미하는지 제가 대신해서 그분의 생각을 말씀드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분이 정치적 해법이 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와 관련해 윤리위로부터 통보받은 바는 없다”고 답했다.

태 최고위원은 ‘자진사퇴가 아닐 경우 당 지도부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말에 “그건 당 지도부에서 해명할 입장 아니냐”며 “저는 어제 윤리위에 가서 녹취록 문제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고 명백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진사퇴를 해야 경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저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자진사퇴하면 공천이 어떻게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거기에 대해 제가 말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한 거 같다”고 했다.

이어 자진사퇴 가능성에 대해 “현시점에서 제가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일축했다.

태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와 만날 계획’에 대해 “저는 당 지도부가 만나자고 한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만나자는 제안이 온 건 없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두 최고위원에게 직접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냥 탈당 권유하고 잘라 내야지 어설프게 징계했다가는 명분도 없고 이미 수습할 시기도 놓쳤다”며 “당원권만 정지하고 최고위원으로 그대로 두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전국위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로 보궐선거하는게 좋지 않겠나”라며 “그게 그나마 김기현 체제를 유지할 최선의 길 아니겠나”라고 적었다.

이어 “길 잃은 양 두 마리 동정하다가 당이 침몰하는 수 있다”며 “살피고 엿보지 말고 결단함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를 천하 통일했다’, ‘4·3 사건 기념일은 격이 낮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윤리위에 회부됐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사건은 김일성의 지시’ ‘JMS(쓰레기·돈·성) 민주당’ 등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라 윤리위에 회부됐다. 이후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을 부른 녹취 유출 논란까지 일어나며 징계 사유에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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