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사고 책임 누구냐"‥고개숙인 삼성 경영진

국회 환노위 의원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방문
  • 등록 2013-05-13 오후 6:44:58

    수정 2013-05-13 오후 9:19:08

[화성=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회의원들의 호통에 삼성 최고위경영진이 고개를 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13일 삼성 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난 현장을 찾아 근본대책을 촉구하자, 이들을 맞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죄송하다”면서 사과했다.

국회 환노위원장인 신계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현장 보고회를 주재하면서 “지난 1월 1차 불산 누출사고 발생후 같은 장소에서 (이번달 초) 또 발생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을 질타했다.

권 부회장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불미스런 사고 때문에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깊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2차 불산사고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부회장은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전자(005930)는 환경안전을 경영의 최우선으로 정했고 그것이 꼭 실현되도록 하겠다”면서 “앞으로 과감한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이어진 의원들의 질의에서는 더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일부 질의에서는 고성이 이어질 정도였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사망사고의 책임소재를 따져들었다. 그는 “사망사고가 났는데 누가 책임을 지느냐. 전동수 (메모리사업부장) 사장님 사퇴할 것이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권 부회장은 “검토해보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최근 전 사장의 발언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총괄 책임지는 사람이 돈버는 기계처럼 인식되는 것은 심각하다”고 일갈했다.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 역시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절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권 부회장을 직접 지목해 “환경안전을 경영의 제1원칙으로 할 것이냐”고 물었다. 권 부회장은 곧바로 “그것은 책임지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삼성의 ‘불통’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는 “보고회 자료가 대외비로 돼있는데 도대체 왜 그렇느냐”면서 “소통의 출발은 정보공유”라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이 “협력업체들과 관련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자 심 의원은 곧바로 “정보공유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받았다.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전국에 있는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업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100% 노후시설 교체를 해달라”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부회장은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변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환경안전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사업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회에는 신 위원장 외에 새누리당 김성태·김상민·서용교·이완영·주영순 의원과 민주당 한정애 의원,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8명이 함께 했다. 삼성전자에서는 권 부회장과 전 사장 외에 정재륜 기흥화성단지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국회 환노위는 13일 오후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과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왼쪽 세번째)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참석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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