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자동차의 중요한 부품인 타이어는 디자인이라는 부분은 전혀 감안하지 않게 된다. 그야말로 성능을 위한 ‘엔지니어링’ 디자인이 100%를 차지해서다.
지난 9일 역삼동 한국타이어(161390) 본사에서 만난 오호경 디자인 팀장은 타이어 디자인의 가장 큰 키워드로 ‘절제’를 꼽았다.
“타이어 디자인은 공학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디자인에 들어갈 때 성능을 제일 먼저 생각합니다. 성능을 위해선 절제력이 필요합니다. 어떤차에서만, 어떤 상황에서만 성능이 발휘되는 디자인이라면 좋지않죠. 결과적으론 절제를 가장 중요하게 따지게 됩니다.”
한국의 타이어 디자인은 최근 수준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iF’와 ‘레드닷’에 이어 이달 ‘IDEA 디자인 어워드’까지 수상하며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상을 한해에 거머쥐었다.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주인공이 오 팀장이다. 한국타이어는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콘셉트 타이어인 ‘틸트레드’와 ‘이엠브레인’으로 혁신과 기능적인 면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오 팀장은 “차량이 고성능화되면서 타이어 역시 고성능 타이어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모든 회사들이 비대칭 타이어를 만들어 조금이라도 나은 성능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타이어 가운데를 기준으로 대칭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비대칭패턴이 대세다. 비대칭패턴은 자동차의 제동력과 가속력을 이전보다 월등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친환경 역시 요즘 타이어 업계의 트렌드가 됐다. 에너지효율 때문이다.
그는 먼 발치에서도 타이어 트레드(파인 홈)만 보고 브랜드를 구별하는 전문가다. 하지만 그의 첫 직장은 자동차 회사다. 기아자동차(000270)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다.
그는 “산업디자인은 결국 소비자가 구매를 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하지만 아시아자동차는 당시 차가 많이 팔리지 않은데다 차의 특성상 디자인 교체 주기도 길어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타이어 회사로 옮긴 이유다.
타이어 디자인 과정은 다른 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상품기획부서에서 기획을 하고 시장조사와 경쟁사의 상품 분석 등을 마치면 최근 자동차나 건축의 스타일링 등에서 접목시킬 수 있는 콘셉트 추출 작업을 거친다. 각종 요구 사항이 정리되면 디자이너들이 수백장의 디자인을 그려낸다.
그는 “3D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디자인된 제품 성능을 예측하고 몰딩을 만들어 마지막에 테스트 단계를 거친다”며 “테스트 기간이 가장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출용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의 테스트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오 팀장은 앞으로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 타이어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전 세계 타이어 업계가 상용화하기 위해 매달리고 있는 제품이 바로 이것이다.
그는 타이어 디자인을 하려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오 팀장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싶다면 인문학적 소양을 많이 쌓아야 한다”며 “일례로 마케팅 감각이 있는 디자이너들이 다른 부서와의 협업도 뛰어나고 시장에 대한 이해도 빠르다”고 조언했다.
오 팀장은 대전공업대학에서 산업디자인과 국민대 자동차디자인을 전공했다. 아시아자동차로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뒤 지난 1995년부터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하고 있다.
|
▶ 관련기사 ◀
☞한국타이어, 업계 최초 녹색기업 인증
☞잘 구르는 국산 타이어株..주가 상승 계속될까
☞한국타이어, 지속되는 고마진 추세..'매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