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으로 나간 野, '시민참여' 호소에 반응은

  • 등록 2013-08-01 오후 6:20:44

    수정 2013-08-02 오전 8:39:24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국가정보원의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파행으로 정국이 급랭한 가운데, 민주당이 1일 서울광장에 임시 천막당사를 마련하고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후끈한 열기 속에 소속 국회의원(127명) 4분의 3에 해당하는 90여 명이 현장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등 내부동력은 확보했다는 게 자체 평가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투쟁수위, 외부 세력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불복이 아니다”라는 당 지도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장외투쟁이 본격화되면 자칫 ‘대선 불복종’으로 비칠수 있고, 그럴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천막당사에는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무력화 음모 중단하라’, ‘국민의 손으로 국정원 개혁하자’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참석자들은 “남해박사”(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 사과) “원판김세”(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 등 민주당이 청문회 증인채택을 요구하는 인물) 등 구호를 외쳤다.

김한길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국민과 함께 반드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과 개혁을 이뤄내겠다”며 목소리를 높여 국민 참여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후 시청역 5번 출구에서 민주당의 입장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당직자의 멱살을 잡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점심식사 장소인 을지로 근처 설렁탕집에 도착할 때까지 유인물을 나눠주며 인사를 나눴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데면데면’했다. 김 대표는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현장에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지탄하는 목소리와 함께 민주당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창문(71) 씨는 “국정원이 개혁이 안 되면 다음 대선에도 계속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니냐”고 성토했다. 점심시간을 틈타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모(여·43)씨와 김모(여·41)씨는 “야당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무력함을 정당화하는 듯한 민주당의 모습에 여러 번 실망감을 맛봤다”면서 “민주당이 변해야 시민들이 민주당과 함께 싸워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은 오는 3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정치개혁을 위한 ‘범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장소에서 한 시간 뒤 시민사회·종교 단체들의 촛불시위가 예정돼 있어 민주당 집회와 촛불시위 세력 간 자연스러운 합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상임위원회별로 매일 순번을 돌아가며 오후 9시까지 상황실을 지키기로 했으며, 김한길 대표는 참여연대, 진보연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한국청년연대, 기독교대책위원회 등 대표들과 만나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해외에 나가 있는 의원들에게 귀국명령을 내려 빠른 시일 내에 합류하도록 하고, 명동·광화문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에 의원들을 투입해 홍보물을 배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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