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통화량이 13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고공행진을 하는 금리에 대출 성장세가 줄어든 탓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고금리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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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의 총통화량(M3)은 전년 동월 대비 0.7% 감소했다. M3는 현금과 저축성 예금, 금융채권 등을 더한 통화지표다. 유로존의 M3가 1년 전보다 줄어든 건 201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FT는 ECB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통화량이 줄어든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CB 기준금리는 지난해 중순만 해도 0%였으나 지난달 4.25%까지 올랐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 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7월 유로존의 민간 부문 대출은 전년 동원 대비 1.6% 늘어났는데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베르 콜레인 ING 이노코미스트는 “은행 대출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며 “기업 금융이 급격히 줄고 있고 가계 대출도 꾸준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통화량이 줄어들면서 ECB가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긴축적 통화 정책의 영향으로 경기가 식으면서 통화량이 줄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고 있다는 게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이달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0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금리 동결론이 커지고 있던 차였다. 로이터통신이 이달 초 이코노미스트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37명이 다음달 1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현행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