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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117930)이 모두 출자전환을 받아 산업은행 체제 하에 놓였을 때 합병 수순을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양사가 경영정상화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굳이 합병을 통해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이 부득이하게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에만 둘을 합치는 것이 실익이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 양사 산은 체제 시 합병..“법정관리 가면 합병 어려워”
14일 금융위원회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모두 자율협약 조건을 이행해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받아 산업은행 자회사가 되면 합병을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이 굳이 해운사를 2개나 갖고 있을 필요가 없고 대주주로서 결단을 내리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있는 하나의 대형 해운사를 만든다면 해운업 불황 속에서도 글로벌 선사들과 맞설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생각에 최대 변수는 한진해운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가 이미 1000억원 넘게 연체돼 있을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 자율협약 이행을 장담할 수 없다.
채권단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경우에만 지원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진그룹 측은 “여력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최대한 빨리 유동성 방안 마련해 제출해야 한다”며 “정기선사는 법정관리에 갈 경우 청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율협약 이행시 각자도생 유리..법정관리시 인수 메리트 생겨
해운업계는 양사 모두 출자전환을 받는 경우라면 합병보다 각자도생으로 가는 편이 낫다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이 용선료를 20% 조정했지만 현 시세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사채와 협약채권을 50% 이상 출자전환하고 만기를 연장했지만 아직 갚아야 할 부채가 수조원대다. 둘다 완전생존이 아닌 상황에서 합병을 생각하긴 어렵다.
게다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보유 선박 크기와 노후도가 비슷하고 주력 노선도 상당 부분 겹친다. 대형 해운사를 만들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할 경우 영업적으로나 운항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크지 않고 오히려 전체 부채 규모만 늘어나는 결과가 우려된다.
한진해운이 대주주의 사재출연이나 채권단의 지원을 받지 못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채를 대폭 탕감하고 고액의 용선료 부담을 사실상 해소할 경우 한진해운은 재무적으로 건전한 상태로 탈바꿈한다.
현대상선으로서는 부채가 거의 없어진 한진해운과 결합할 경우 선복량이나 영업력은 늘어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한진해운의 기업 규모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겠지만 인수 메리트는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자력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정책적으로 자금을 동원해 한진해운을 인수하고 현대상선과 합병하는 방식의 결합을 생각해볼 수 있다.
법정관리 해운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해온 이종민 인터오션엠에스 대표는 “한쪽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서 합법적으로 채권과 선단을 구조조정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다른 한쪽이 합병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한국을 대표하는 해운사가 법정관리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해운사 신용 추락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에도 적지않은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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