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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리 CEO는 기존 기술을 이용한 사업다각화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2000년 1조4403억엔에 머물렀던 매출을 2007년 2조8468억엔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엔고(高) 장기화로 매출 규모가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 2011년 2조2500억엔(약25조6875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본업과 무관한 분야는 NO”
고모리는 사업다각화 대상을 선정할 때 “본업과 무관한 분야는 절대 진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그는 후지필름이 설립된 이후 80년 가까이 필름을 제작하며 쌓아온 노하우(know-how)를 사업다각화에 적용했다.
그 결과 후지필름은 의료기기와 의약품, 화장품부터 광학렌즈와 액정패널(LCD)용 필름까지 다양한 사업을 섭렵했다. 얼핏 보면 기존 사업인 카메라와 무관한 분야가 일부 포함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동안 필름을 연구하며 터득한 약 20만개의 화학물질 데이터와 기술이 모두 적용되는 분야다.
고모리 CEO는 “단순히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만 찾았다면 후지필름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각화 후엔 공격적 M&A로 덩치 키워
고모리의 사업다각화도 공격적인 M&A의 뒷받침 속에 힘을 발휘했다. 고모리는 CEO로 취임한 이후 10여년간 약 7000억엔을 투자해 40여개 회사를 사들였다. 이는 후지필름이 가지고 있는 기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밑거름이 됐다.
후지필름은 올림푸스 지분 인수를 통해 현재 10%에 머물고 있는 내시경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림푸스는 전 세계 내시경시장에서 7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험난한 개혁파도 넘어선 고모리의 리더십
후지필름이 단행한 경영개혁의 결과는 훌륭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후지필름은 지난 2005~2006년 필름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동고동락하던 직원 5000여명을 떠나 보냈고 2009~2010년에는 1750억엔 규모의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런 강도높은 경영개혁 과정을 큰 탈 없이 거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모리 CEO의 리더십이 있었다. 리더는 ‘지성·용기·체력·설득력’의 덕목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