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동반퇴진론` 불지핀 금융당국 다음 수순 `고민중`

관치와 직무유기 비판 사이에서 고민
신한 사태 공 넘겨받고 여론 예의주시
CEO 임기제한등 지배구조제도 개선 검토
  • 등록 2010-09-16 오후 5:32:11

    수정 2010-09-16 오후 7:16:17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신한사태`라는 엉킨 실타래를 떠안은 금융감독당국이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사태 초기에는 `금융당국이 뭘 할게 있겠느냐, 일단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지만 신상훈 사장의 직무정지로 신한사태의 1막이 일단락된 직후부터는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중이다.

신한금융지주(055550) 이사회가 끝난 다음날인 15일 아침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신한 사태를 이런 상황에 이르게 한 관계자들은 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작심한 듯 일갈한 것이 신호였다. 
 
진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대번 `신한지주 3인방 동반 퇴진론`에 불을 붙였다. 신한은행 노조도 16일 성명을 내고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3인방은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하루 뒤인 16일 "진 위원장의 언급은 원론적으로 이번 사태를 야기한 당사자들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뜻이지 2명이든 3명이든 특정인의 퇴진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자칫하면 관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빅3의 동반 퇴진론이 힘을 얻어가는 상황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 당국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건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깔끔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상처입은 신한의 평판을 추스릴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여기서 계속 폭로전을 이어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투자은행이 아닌 상업은행이기 때문에 이미 갖춰진 시스템으로 충분히 잘 돌아갈 수 있다"며 3인방의 동반퇴진이 해답이 될 수 있음을 넌지시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에게 던져진 또 다른 숙제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제도 개선 역시 조심스럽게 물밑에서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시스템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시스템에 들어가있는 사람의 문제라는 점에서 제도를 바꿔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고 언급하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여러가지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CEO의 임기를 제한하거나 연봉 수준을 제한하자는 아이디어가 일단 테이블에 올라온 것들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이것저것 대안들이 제시되지만 뜯어보면 민간회사의 자율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단번에 관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또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사회적 합의의 근간이 되는 여론이 가변적이라는 게 문제다.

일각에서는 소수의 사외이사들이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사외이사를 늘리거나 별도의 주주 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일단 시장에서 여론의 형태로 제기되는 모든 방안들의 실효성이나 파급효과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지주의 경영구도 문제는 3인방의 자발적인 퇴진이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임시로 비대위를 구성하고 경륜있고 중립적인 인사를 CEO로 추대해 과도기를 넘긴다는 복안도 내부적으로 고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자니 직무유기 논란이 있고 좀 들여다보려고 하면 관치라는 비판이 날아든다"면서 "현실적으로 둘 사이의 공간이 너무 좁다"며 여론의 일관성이 아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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