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살해한 10대, 1심 '무죄'…대법 '유죄' 확정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볍원이 폭력을 휘두르던 친형을 살해한 10대 청소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가 유죄로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친형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임모(17)군 사건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1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형을 살해한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임군에게 벌금 30만원만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춘천형사1부(재판장 심준보)는 임군에게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6월인 유죄로 판결했다.

임군은 어릴 적부터 친형인 숨진 임모군에게 자주 맞았다. 지난해 4월 새벽 임군의 형은 술에 취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임군 방을 찾아갔다. 그는 “이제부터 어디든지 때릴 테니까 알아서 잘 막아라”라고 윽박지르며 주먹으로 임군을 여러 차례 때렸다.

임군이 형을 밀치면서 둘은 욕설과 함께 몸싸움을 벌였다. 형이 임군의 머리와 목 부위를 감아 조르는 등 싸움이 격해졌다. 임군 부모는 시끄러운 소리에 자다가 일어나 형제를 말렸다. 임군은 그날 새벽 화가 나 흉기로 잠든 형의 가슴을 찔렀다. 임군의 형은 그 자리에서 과다 출혈로 숨졌다.

재판에 넘겨진 임군은 “형을 살해하려던 게 아니라 다치게 해서 더 이상 폭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려고 찔렀다”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고의가 아니었다는 임군 주장을 받아들였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전원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임군에게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군이 형을 찌른 이후에도 놀라지 않았고 형을 살피지 않은 채 흉기를 쥐고 방 밖으로 나왔다”라며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봤을 때 임군은 형을 살해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결을 인정해 임군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