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에선 지난 2006년 T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소리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SK텔레콤이 소리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의 징글음은 대표적인 브랜드 오감 마케팅으로 경영학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현대차는 최근 들어서야 외부에서 소리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등 소리 비즈니스 개척에 본격 나서고 있는 케이스. 후발주자지만 지난해에는 남양연구소에 사운드리서치랩을 설치하는 등 소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휴대폰 벨소리, ‘소리’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
삼성전자는 ‘사운드 UX(사용자경험)팀’에서 소리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이 팀은 휴대폰에서 느낄 수 있는 오감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다. 촉감이나 진동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소리에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담으려고 한다. 이런 느낌을 가장 잘 살린 소리가 바로 갤러시 시리즈의 기본 벨소리인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이다. 특히 오버 더 호라이즌은 대부분 사용자가 듣자마자 ‘삼성’을 떠올린다는 점에서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벨소리는 갤럭시2 개발 당시 AUI 디자이너인 지성욱 책임이 이끄는 팀에서 개발했다. 서울대 작곡과 출신으로 광고음악계에서 이름을 날린 지성욱 책임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대박을 터트렸다.
1.7초 만에 SK텔레콤 사용자 알리는 ‘소리’
SK텔레콤은 지난 2006년 T브랜드를 새롭게 내놓고 브랜드를 알릴 묘안이 필요했다. 수십억원을 들인 평범한 광고가 아니라 일상에서 쉽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로 각인될 무언가가 필요했다. 바로 ‘소리’였다.
1년여의 기획 끝에 T링을 론칭했고 2007년 말 T끼리T내는 요금제가 나오면서 SK텔레콤 고객임을 식별할 수 있는 1.7초짜리 통화연결음(징글)으로까지 쓰이면서 이제는 이 소리가 SK텔레콤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당시 개발을 담당했던 이혁수 SK텔레콤 소셜마케팅팀장은 “실무진들이 이전과는 다른 새롭고 신나는 마케팅을 원했다”며 “우려와 달리 기존의 마케팅 기법을 고수하길 바랐던 임원진들이 흔쾌히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T링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현대·기아차, 소리의 매력에 빠지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는 위의 기업들보다는 소리 개발에 늦게 뛰어들었다. 지난해에야 각 브랜드의 특징과 방향성에 맞는 소리들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아래 남양연구소에 사운드리서치랩을 설치했다. 박동철 사운드리서치랩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소리를 잡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소리의 디자인 시대”라며 “엔진음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이나 문을 여닫는 소리, 선루프로 떨어지는 빗소리 등 차의 캐릭터를 부여할 수 있는 소리가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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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소리 분야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기 위해 작년부터 소리 공모전을 실시하기도 한다. 작년 공모전에서 1등으로 뽑힌 팀의 소리가 제네시스 차량에 적용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5위로 올라선 만큼 작은 것에서도 현대·기아차만이 줄 수 있는 브랜드 감성을 키워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소리가 수십, 수백개인 만큼 현대차와 기아차만의 소리를 키워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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