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경찰 위한 방진마스크는 4만여장뿐…화재·재난 속 보호장비 구멍

지난해 화재 관련 112 신고 하루 평균 273건
매년 경찰 10명꼴로 화재 현장 통제 후 병가
"보호장비 충분하지 않아서 마음껏 못 써"
  • 등록 2024-11-04 오후 2:04:29

    수정 2024-11-04 오후 7:20:15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매일 화재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시민 안전을 챙기고 있지만, 이들의 안전을 지킬 보호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대형 화재 현장에 투입된 일선 경찰들은 언제 보급될지 모를 장비 때문에 기존 물품도 마음껏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소홀했던 경찰 보호 장비와 예산을 실제 출동량에 맞게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유형별 장비 수 지급·보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경찰서에 보급된 방진 마스크는 총 4만 3978장, 고글보안경은 2만 2924개, 산불용 장화는 3867켤레뿐이었다. 올해 8월 기준 전국의 경찰관이 13만 1158명인 점을 고려하면 마스크는 3명이 1장을, 보안경은 5~6명이 1개를 나눠서 착용해야 하는 셈이다

소화기는 순찰차마다 ABC급 분말소화기가 비치돼 있지만, 주방화재나 전기차 배터리 등 금속 화재를 위한 K·D급 소화기는 없었다. 특히 올해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와 경기 화성시에서 리튬 배터리 관련 대형 화재가 발생했지만, 이를 위한 금속 화재용 소화기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안전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경찰은 매일 평균 273건씩 화재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2로 접수된 화재 관련 코드1~3 신고는 총 9만 9508건이었다. 경찰법과 경찰직무집행법상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 상황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등 위험상황이 있을 때 현장에서 피난 안내와 접근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큰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과 공조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화재 때문에 병드는 경찰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화재 관련 병가 사용 경찰은 2021년 9명, 2022년 10명, 지난해 11명으로 연평균 10명씩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부산에서는 목욕탕 화재사고를 수습하던 경찰 3명이 상가 지하 1층에서 발생한 2차 폭발사고로 인해 얼굴과 팔, 손에 심한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이중 한 여성 경찰관은 화상으로 손가락이 붙어서 지금까지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경찰들은 보호장비가 언제 동날지 몰라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소속 권모 경찰관은 “아리셀 공장 화재 때 지구대장이나 팀장들은 퇴근하지 못하고 매일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봤는데 일회용 마스크로는 연기가 해결되지 않아 후유증이 있었다”며 “지구대별로 10~20장 정도 마스크가 있지만 사용 후 보충이 빠르게 안되니까 웬만한 일이 아니면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씨가 제기한 문제는 아리셀 공장 화재 직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지적됐다. 한 현직 경찰관은 “(지휘부는) 아무런 방독, 방화 장비도 없이 밥 먹는 시간 빼고 근무를 세웠다”며 “근무를 시킬 거면 최소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지급하고 시켜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에 대해 서울에서 근무하는 최모 경찰관은 “지구대별로 장비가 따로 지급되는 게 아니니까 상황은 여기도 대동소이하다”며 “소방이 올 때까지 경찰이 초기 불길 진압을 시도하거나 뒤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치기도 하니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장비 정책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언제 어느 경찰서에 무엇이 필요한지 예측하기 어려워서 장비 보급에 애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모든 경찰에게 똑같은 장비를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지구대와 파출소의 10년 정도 화재 출동 통계 등을 분석해 그간 소홀했던 장비 부족분을 추가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현철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경찰직무집행법상 경찰 직무에는 화재 현장 관리도 포함되므로 활동에 필요한 물품에 화재용 장갑이나 마스크 등이 포함되도록 장비 운영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