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누적된 악재에 급등한 환율…장중 1345원까지 상승[외환분석]

작년 11월 2일 이후 두 달여만에 ‘최고’
미 연준 ‘조기 금리인하’ 기대 차단
북한·중동·미-중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달러인덱스 102→103 급등, 달러화 강세
외국인 투자자 국내 증시서 7000억원대 순매도
“당국 개입 경계감…1360원대까지 오를 수 있어”
  • 등록 2024-01-17 오후 12:24:22

    수정 2024-01-17 오후 12:24:22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5원까지 급등했다. 미국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 북한과 예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위험회피 심리에 외국인 순매도 등 연초부터 각종 악재에 환율이 이틀 만에 20원 이상 급등했다.

사진=AFP
달러 강세·외국인 대규모 순매도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12시 2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31.8원)보다 13.15원 오른 1344.95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일(1348.5원) 이후 두 달 보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6.2원 오른 1338.0원에 개장했다. 개장 직후 환율은 상승 폭을 높여 곧장 1340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환율은 상승세를 꺾지 않고 1340원 초반대로 올라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6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이어갔으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조기 인하론자들을 실망시켰다. 그는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야 할 시점은 맞지만, 그것은 질서정연하고 신중하게 단행돼야 한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연준은 금리를 빠르고 큰 폭으로 내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급하게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가라앉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6.9%를 기록했다. 전날 70%대에서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전세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높이고 있다. 새해부터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며 올해 핵전쟁이 발발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을 국내 시장에서 이탈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 예멘 관련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고, 대만 총통 선거 관련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우려도 상존한다.

달러화는 급격히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16일(현지시간) 저녁 10시 14분 기준 103.37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102 후반대에서 103으로 상승한 것이다. 달러 강세에 아시아 통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은 7.21위안, 달러·엔 환율은 147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위험회피 심리에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3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800억원대를 팔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거래일 연속, 코스닥 시장에선 2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환율이 1340원 위에선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에 쉽사리 추가 상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1340~1345원에서는 확실히 당국 경계감이 있는 것 같다. 지난해 11월의 고점 레벨이기 때문에 저항력이 있다”며 “외국인들의 주식 선물, 현물 매도도 이어지고 있어 수출업체들이 자신있게 달러 매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360원대로 상승 가능성

금융시장에 악재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환율은 지난해 1360원대의 연고점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1분기까지 환율 변동성은 이어지고 2분기 미국의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면서 환율이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1340원을 돌파한 만큼 작년에 당국이 신경써서 막은 레벨인 1360~1365원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시장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 6월 정도에 연준이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보고 있어, 적어도 2분기는 돼야 환율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분기 동안에는 1300원대에서 변동성을 보이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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