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에 전세로 들어간 원룸주택의 건물주가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A씨는 전세 계약을 할 때 등기부 등본을 떼어보고 건물주가 은행에서 2억원을 빌렸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건물 시가가 6억원 가까이 된다는 중개업자의 말에 안심하고 7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그 원룸 건물에 A씨와 비슷한 세입자가 12명이나 됐고 이들이 모두 6000만~7000만원에 전세로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매로 집이 팔릴 경우 낙찰금액은 은행에 제일 먼저 돌아가고 남으면 그 집에 전입신고를 한 순서로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내준다. 세입자 12명 가운데 11번째로 입주한 A씨는 전세금을 받지 못할 확률이 거의 100%다. 은행빚 2억원이 전부인 줄 알았던 그 원룸 건물은 은행빚 2억원에 세입자들에게 진 전세빚 7억원이 더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원룸 건물에 전세로 들어갔다가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18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의 다가구주택 경매 건수는 올해 들어 매월 40~50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
금천구의 한 중개업자는 “자기 돈은 한 푼도 없이 은행 대출과 전세금으로 원룸을 짓고 남는 돈으로 다른 원룸을 또 지어 임대하는 업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입자들은 전세 계약을 하면서 집주인이 금융권에서 얼마를 빌렸는지만 등기부 등본으로 알 수 있을 뿐 다른 세입자들로부터 전세금을 얼마나 받았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주민센터에 가서 그 집으로 주소를 이전한 세입자가 몇명인지는 알아볼 수 있지만 구체적인 임대 조건은 알 수 없는 것이다. A씨의 경우가 발생했을 때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중개사고를 주장하며 보상금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일부를 보상해주는 데 불과하고 번거로운 소송을 거쳐야 한다.
다가구주택 임대차정보 공개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확인 체계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입자들이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주민센터에 임대차 계약서를 들고 가 전입신고를 하는데 그 때 계약서에 적힌 전월세 보증금 정보를 기록해 뒀다가 그 집을 임대하려는 다른 사람들이 그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초부터 주민센터를 통해 확보된 임대차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다가구 주택의 경우 동별로 몇 평형이 얼마에 거래됐는지 정도만 나와 있어 특정 건물의 임대차 현황을 알고 싶어하는 세입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특정 건물의 임대차정보는 사생활문제와 결부될 수 있어 공익을 위해 이를 공개하려면 임대차보호법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