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통합사회·과학…2개 이상 교과 지식 갖춰야 해결

현 중3 치를 2028학년도 수능서 통합사회·통합과학 신설
교육부·평가원,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 문항 26개 공개
세계사·지리·윤리 등 2~3개 이상 교과 통합·융합해 출제
대입전문가 “중학교부터 사회·과학 전 영역 고른 학습을”
  • 등록 2024-09-26 오후 12:00:00

    수정 2024-09-26 오후 7:17:13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2028학년 수능부터 신설할 예정인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의 예시 문항을 공개했다. 현 중학교 3학년부터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은 공통과목 위주로 출제되며, 기존 사회탐구·과학탐구가 폐지되는 대신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신설된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0일 앞둔 25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6일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수능 출제과목으로 도입, 개별 과목에 한정된 평가에서 사회·과학 전반을 다루고 논리적 사고 역량을 기르는 융합 평가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2028학년도 수능에서는 탐구영역(사회·과학) 내 17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는 방식이 폐지된다. 대신 17개 과목을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통합, 공통 응시과목으로 신설한다. 현 중3 학생들은 내년 고교에 입학한 뒤 1학년 때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이수하게 된다.

이날 공개된 예시 문항은 2~3개 교과 지식을 갖춰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기존 2개 과목을 선택해서 응시하던 데에서 통합적인 교과 지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통합사회 예시 문항을 보면 비무장지대(DMZ)가 표시된 한반도 지도를 제시하고 인간의 지식과 힘을 강조한 ‘갑’의 입장과 생명 공동체의 보존을 주장하는 ‘을’의 사상을 나열했다. 그런 뒤 갑·을의 입장에서 DMZ 지역 개발에 관해 제시할 만한 주장 중 맞는 것을 고르도록 했다.

이는 기존 사회탐구 중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등이 통합된 문제로 볼 수 있다. 내년 고1 과정에 신설될 통합사회로 보면 ‘자연환경과 인간’, ‘세계화와 평화’란 단원에서 제시하는 성취 수준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문제다.

평가원은 “비무장지대가 남북분단의 역사적 상황이 드러나는 공간임을 이해하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점을 비교, 각 사상가의 입장에서 인간·자연 간 바람직한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될 통합사회 예시 문항(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다른 예시 문항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표시된 아시아 지도와 이곳을 다녀온 여행일지를 제시했다. 이후 옳은 선택지를 고르는 문제인데 해당 지역의 주거 문화와 기후·정체성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풀 수 있다. 기존의 사회탐구 중 세계지리·세계사·사회문화 등의 교과가 융합된 문제로 볼 수 있다. 통합사회에선 ‘문화와 다양성’, ‘자연환경과 인간’이란 단원에서 출제될 수 있는 문제다.

평가원 관계자는 “여행일지에 나타난 특정 문화권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이해하고 해당 문화권의 종교·건축양식에 관한 사례를 통해 문화 변동의 요인·양상을 파악하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라고 했다.

통합과학도 2~3개 교과의 지식을 갖춰야 풀 수 있는 문제다. 이날 공개된 문항은 통합과학의 ‘과학과 미래 사회’ 단원에서 출제 가능한 문제다. 디지털 센서와 스마트 기기를 무선통신으로 연결한 뒤 스마트 기기가 기온·기압·습도 데이터를 수신하도록 설정한 것을 가정해 문제를 출제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디지털 탐구 도구를 활용해 기상 데이터를 그래프로 변환하고 데이터로부터 규칙성을 파악, 그 결과를 적절하게 해석하는지를 평가하는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통합사회 14개, 통합과학 12개 등 총 26개 문항을 예시 문항으로 공개했다. 통합사회에서는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통합·탐구하는 역량을 평가하거나 제시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문항들이 공개됐다. 통합과학에선 일상생활·자연환경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과학적 개념을 적용하는 문항 등이 제시됐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될 통합과학 예시 문항(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입 전문가들은 특정 과목에 편중된 학습보다는 전 과목을 골고루 학습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사회·통학과학에서는 다양한 과목에서 결합된 문제가 출제되기에 특정 영역에 대한 배경지식이 충분치 않으면 문제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며 “중학교 단계부터 사회·과학 전 영역에서 고른 학습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했다.

통합사회·통학과학 신설로 사교육비 부담이 늘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부모들은 교과 내용을 통합하거나 융합할 경우 문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통합사회·통합과학에 대한 선행학습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여 사교육비 부담이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평가원은 공교육만으로도 통합사회·통합과학에 대비할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통합·융합형 수능이란 본연의 목적이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공교육만으로 2028학년도 수능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출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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