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삼성전자(005930)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승자로 남기위해서는 부품 경쟁력을 강화해 대체할 수 없는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제호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전략경영연구 최근호에 게재한 ‘한국 스마트폰 기업이 승자로 남기 위한 조건’이라는 글에서 “소프트웨어 역량과 융합적 사고에 한계가 있는 삼성전자에 가장 승산이 있는 전략은 1990년대의 인텔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라며 “삼성의 강점인 여러 핵심부품을 엮어 통합 시스템을 만들고, 이 시스템을 산업표준으로 만드는 것이 승자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텔이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칩 세트와 CPU를 교묘히 엮어 PC 아키텍처 전체의 진화를 주도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도 통합 시스템이 완제품 업체와 소비자의 발을 묶는 족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삼성이 만든 통합 부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엄청난 전환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 및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모바일 AP 시장의 절대강자인 퀄컴은 이미 AP와 통신칩을 하나로 묶은 원칩을 개발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부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력반도체(PMIC) 등 주변칩까지 솔루션으로 공급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퀄컴이 30억3700만달러(54.8%)로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억1700만달러(4.9%)에 그쳐 미디어텍(13.6%), 애플(13.4%)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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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아마존의 전자책 플랫폼 사업을 예로 들면서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파이어’(하드웨어)는 단지 콘텐츠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 수익 창출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에서 자사 플랫폼을 업종 표준으로 가져가기 위해 킨들의 가격을 경쟁사보다 낮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타이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TV 시장에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인접 영역으로 확대하는 다단계 전략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는 콘텐츠 업체들에게 수익의 대부분을 양보하는 것이 생태계 구축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TV 관련 콘텐츠는 게임 소프트웨어와 같이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하면 고객의 관심이 빠르게 식을 수 있다”며 “하드웨어 사업에 익숙한 관리자를 업무 책임자로 배치하는 것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