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빛둥둥섬' 총체적 부실

경비 부풀리고 제멋대로 법 적용
담당 공무원 15명 징계조치키로
불공정 조항 삭제 후 정상화 노력
  • 등록 2012-07-12 오후 5:02:49

    수정 2012-07-12 오후 5:02:49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이었던 한강 세빛둥둥섬이 민자사업자에게만 유리한 불공정·부당 협약이었다는 감사결과가 나와 사업 계약이 무효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 감사관실은 지난 1월 말부터 5개월여 동안 세빛둥둥섬 사업 계획, 공사, 준공 이후까지 사업 전반을 특별감사한 결과,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고 12일 밝혔다. 세빛둥둥섬 사업은 오세훈 전 시장이 한강 반포대교 남단에 9995㎡의 수상 인공섬을 세우겠다며 2006년 추진한 사업으로 2009년 9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9월 완공됐다.

세빛둥둥섬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시 조례에 따르면 민자사업 기본계획를 고시하거나 제안공고를 하기 전에 사업 타당성 보고서를 제출해 시의회 동의를 받도록 돼있지만 세빛둥둥섬 사업자인 플로섬은 이를 생략했다. 또 시 공유재산심의회는 공유재산법 위반을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지만 플로섬은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시는 이런 절차상 하자가 사업협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플로섬은 두 번의 계약 변경을 통해 총투자비를 2배 이상(662억원→1390억원) 늘리고 무상사용 기간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했다. 여기에 사업협약이 해지되면 시가 민간사업자(플로섬)에 1061억원의 해지지급금을 지급해야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SH공사도 세빛둥둥섬에 투자한 128억원을 그대로 날리게 된다.

민자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비 규모 등을 논의해 정하고 합의된 금액 안에서 사업이 진행된다. 민자사업자임에도 계약을 변경하면서 민자사업법을 어긴 셈이다.

플로섬이 민자사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데도 법의 망을 피해갈 순 없다. 플로섬이 국가와 함께 개발에 참여하는 민자사업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 국가의 공유재산을 대신해 개발하는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세빛둥둥섬은 무상사용후 기부채납(BOT)방식을 택했고 무상사용기간도 30년이었다. 그러나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시설을 공유재산으로 취득하기 위해 선기부채납 후무상사용(BTO)방식으로 20년 이내로만 무상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있다. 공유재산법마저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민자사업법과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 가운데 하나를 일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두 법 중 유리한 부분만 가져다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플로섬의 문제는 또 있다. 주차장 등 자신의 수입은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하천준설비, 오픈행사비 등 경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총사업비를 늘리려고 한 것이다. 또 시공사인 대우건설과의 공사비 다툼으로 발생한 비용 78억원도 총사업비에 포함돼 시가 부담토록 했다.

황상길 서울시 감사관은 “감사로 밝혀진 독소·불공정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등 계약을 정상화하고 절차상 하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며 “부당하게 세빛둥둥섬 업무를 처리한 국장급 포함 공무원 15명을 경중에 따라 엄중하게 문책하고 운영개시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92억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빛둥둥섬 사업이 검찰 수사로 확대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 부시장은 “시에는 수사권이 없어 1390억원의 사업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플로섬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거나 의혹이 더 나온다면 (지금 시 감사) 이상의 조치도 취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2월 세빛둥둥섬에 대한 정책을 바꾸려고 검토하던 중, 충분한 논의도 없이 무상사용기간 연장, 총사업비 증액 등을 내용으로 한 2차 변경협약이 체결되자 박원순 시장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감사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여러 사업을 백지화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이던 서해뱃길과 서울항 조성 사업 등이 취소됐다. 한강변에 고층 아파트를 지어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는 오 전 시장의 계획을 뒤집고 층수가 낮은 아파트를 지어 조망권을 공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또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어 한강 예술섬으로 개발하겠다는 오 전 시장의 계획도 부지 일부를 벼농사를 짓는 생태공간으로 바꾼 바 있다.

서울시가 세빛둥둥섬 조성사업이 총체적 부실 속에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세빛둥둥섬의 전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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