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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GM 노조가 긴 미래를 보고 노사 협의에 임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노사 단체교섭이 결렬된 한국GM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과 합병을 반대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향해서도 “맹목적인 반대”라고 했다. 전통 주력산업이 부진한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사실상 쓴소리로 읽힌다.
“한국GM 노조, 긴 미래 보고 협의해야”
이 회장은 이날 ‘한국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면 미국 GM 본사가 다른 나라로 물량을 뺄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이 나온다’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트랙스 등 협의 외 일부 물량에 대해서는 (한국 내 생산 축소를 포함해) GM이 어떤 결정을 하든 제동을 걸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협약을 맺은 게 있기 때문에 노조의 강경 대응을 빌미로 (GM 측이) 철수를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노사간 협의를 통해 그 물량이 한국에서 계속 생산될 수 있도록 바라고 있고 회사에 그런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GM의 생산량은 이미 줄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를 보면 한국GM은 올해 들어 9월까지 완성차를 30만4756대 생산했다. 2005년(25만8551대) 이후 14년 만에 최소 규모다.
이같은 풍전등화 속에서도 한국GM 노사간 갈등은 장기화하고 있다. 노사는 최근까지 10차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향해서도 “한국의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조치에 맹목적인 반대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은 최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승인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은 문재인 정부의 ‘빅딜’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그 성사 여부에 따라 정권의 기업 구조조정 평가도 엇갈릴 수 있다.
그는 두 회사간 합병을 EU와 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을 두고서는 “M&A 승인을 받는 주체인 현대중공업그룹은 긍정적으로 보고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산은·수은 합병, 민간서 논의할 필요”
이 회장은 “세계 각국에서 4차 산업혁명 차원에서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대출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정책금융기관은 여러 개로 분산돼 소액 지원은 잘 되는데 거액 지원이 잘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정책금융을) 집중해서 선별적으로 하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전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정책 협의는 장기간 걸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 회장은 아울러 구조조정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의 신설에 대해 “(직접 금융이 발달하면서) 앞으로는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구조조정도 시장형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치권과 지역사회, 노조 등의 외풍을 최대한 막고 시장 중심으로 매각을 진행하고자 만든 회사다. 그 첫 시험대가 대우건설이다.
그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시장을 알고 시장 경험이 있는 인력을 채용했다”며 “산은은 부행장보다 급여를 많이 주는 시장 인력을 채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