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매년 35만명 '이 병' 걸린다는데…대책은?

2025년 인구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
느는 고령자 뇌졸중 新환자 35만명 발생 전망
곧 초고령사회 뇌졸중 의료비만 9조원…전문의 209명뿐
뇌졸중 전문의 209명 1명이 최대 500명 돌봐
뇌졸중 치료인력 보상 체계 시스템 개선 시급
  • 등록 2024-02-14 오후 1:09:30

    수정 2024-02-14 오후 7:37:07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2025년이면 대한민국의 인구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5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2000만명으로 늘어 전체 인구의 2명 중 1명이 될 거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가 늘면 뇌졸중환자는 가파르게 늘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근무환경도 열악해 관련 의료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김태정 서울대의대 신경과 교수
전공의가 86명…전담의 근무 수당 2만7730원

대한뇌졸중학회가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초고령화 사회에서 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현황 분석 및 발전 방안 모색’ 기자간담회에서 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한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는(서울의대 신경과 교수) “2050년 매년 3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뇌졸중으로 인한 연간 진료비용 역시 연간 9조원에 이르는 등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턱없이 부족한 뇌졸중 전문의 인력 문제로 현재 뇌졸중 치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뇌졸중 환자 15만명 이상(2018년 기준 뇌졸중 15만837 명 , 심근경색 4만529명). 2050년은 매년 35만명 새로운 뇌졸중 환자 발생 예상되고 있다.(표=뇌졸중학회 제공)
실제로 국내에는 여전히 뇌졸중 취약지가 존재한다. 전체 뇌졸중 환자의 50%는 해당하는 진료권에서 정맥내혈전용해술, 동맥내혈전제거술 등과 같은 뇌졸중 최종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 병원 뇌졸중 전문의는 209명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일부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는 전문의 1명이 400~500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각각 의료기관, 전문의 간 소통과 의사결정을 활성화하는 네트워크 구축·지원 사업인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 사업’과 무너지는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하겠다 발표했다.

학회는 성공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무엇보다도 인력 자원 확보, 보상체계 마련, 뇌졸중 질병군 분류 체계 수정이 선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재관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 교수)은 “현재 뇌졸중 전문의 숫자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 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인원 수준으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 치료 시스템 붕괴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련 병원 74곳에 전공의가 86명 정도 있는데, 각 연차 당 최소 2명 즉, 현재의 약 2배 수준인 160명으로는 증원되어야 안정적으로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뇌졸중 환자 진료 및 당직에 대한 수가 신설 및 보장, 권역 센터 확대와 지역병원 신설을 통한 뇌졸중 진료에 대한 정책 수가 신설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실제로 뇌졸중은 신경과 전공의 1인당 응급진료 건수 1위에 해당한다. 진료과의 응급실 중증 환자 부담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높은 진료 업무 강도에 반해, 신경과 의사가 뇌졸중 의심 환자를 진료할 경우 진찰료가 없고, 24시간 뇌졸중 집중 치료실 전담의의 근무 수당은 2만7730원에 불과하다.

독거노인 골든타임 내 치료 시스템 구축 필요

현재 뇌졸중이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진료질병군으로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이 필수중증응급 질환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특히, 뇌졸중은 발생 환자의 80%가 후유장애를 얻을 만큼 중증질환이며 골든타임 내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뇌졸중 환자 중에서도,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일부의 환자만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지정 기준상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를 30% 이상으로 진료해야 한다. 때문에 일반진료질병군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상급종합병원에서 뇌졸중 환자 진료에 대한 관심과 진료량이 감소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사는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해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치료가 주로 이루어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50년에는 70세 이상 1인 가구가 7만3000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은 독거노인이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태정 홍보이사는 “독거노인 인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독거노인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뇌졸중 증상이 발생한다면 빠르게 증상을 확인하고 초급성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텔레스트로크·원격뇌졸중(Telestroke)’과 같은 시스템 구축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독거노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가 확대 발전된다면, 독거노인들의 뇌졸중 급성기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대의대 신경과 교수)은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국민 4명 중 1명은 죽기 전까지 뇌졸중을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된다”며 “더이상 뇌졸중은 먼 미래의 이야기도, 남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가 언젠가 한번은 겪게 될 문제다. 초고령화사회에서 뇌졸중 치료 체계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인적 자원 확보, 보상 체계 마련, 질병군 체계 분류 수정 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치료 사각지대 없이 뇌졸중 발생 예방부터 급성기 치료, 장기적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속히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학회는 뇌졸중 예방부터 급성기 치료 이후 관리까지 대한민국 초고령화 사회 필수 중증 질환인 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과 국민의 건강한 노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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