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약정 갈등` 현대그룹 승소..현대건설 인수 `숨통`

중앙지법, 채권단-현대 싸움에 현대 손 들어줘
현대건설 인수戰서 재무약정 족쇄 탈피
재무약정 개선 촉매제 예상..채권단 `난감`
  • 등록 2010-09-17 오후 9:06:43

    수정 2010-12-06 오후 4:16:01

[이데일리 김국헌 민재용 기자]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법정 소송에서 현대그룹의 손이 올라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7일 채권단이 공동으로 신규 여신중단과 만기도래 여신 회수 등을 통해 제재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제재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현대그룹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채권단과의 갈등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또 현대그룹이 추진중인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자금조달 및 인수전략상 제약이 가해질 수 밖에 없는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이라는 `족쇄`를 푸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산업별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는 재무구조개선약정제도를 개선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한편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채권은행협의회를 빠른 시일내에 개최해 가처분 인용에 따른 불복절차 진행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난감해했다.   

◇ 현대건설 인수戰 큰 걸림돌 제거

현대그룹은 이번 법원 결정으로 현대건설(000720) 인수전에서 큰 걸림돌 하나를 제거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부채비율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면 막대한 인수자금 조달의 길이 사실상 막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법원 판결 직후 "현대건설 인수전을 추진하는 데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며 "이번 결정이 인수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배경이다.  

채권단은 오는 24일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재무약정이라는 족쇄 없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전의 경력한 경쟁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막강한 자금력과 싸워야 하는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 `현대그룹 새로운 길 열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압박에 맞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은 혹시 있을 수 있는 본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부당성을 알리고 개선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 재무약정 체결 압박을 받은 기업들은 시간을 끄는 수준에서 소극적으로 반발하다가 결국 약정을 체결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소송까지 벌이며 적극적으로 거부해 성과를 거두는 뚝심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개선 약정과 관련, 채권단과의 갈등이 불거져나올 경우 기업들의 반발 강도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 채권단 "가처분 결정 이의신청 등 검토"
 
채권단은 공동으로 현대그룹의 여신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 만큼 향후 가처분 판결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채권단 개별은행별로 현대그룹에 대한 여신회수 문제를 판단하는 전략으로 현대그룹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문을 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으나 MOU를 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감독당국도 `은행법 시행세칙`을 개정하는 조치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에는 주채권은행과 여타 채권단이 공동으로 여신회수 조치등 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상위법인 `은행법 시행령·시행세칙`에는 주채권은행만이 재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돼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이라는 큰 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약정체결을 강제하는 점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본 것 같다"면서 "판결문을 더 검토해서 보완할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며 은행법 시행 세칙을 수정하는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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