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어윤대..우리금융 민영화 멀어지나

어윤대 회장 "당분간 인수합병 어려울 것"
하나금융 나홀로 입찰은 `유효경쟁`문제로 부담 커
  • 등록 2010-07-13 오후 5:46:29

    수정 2010-07-13 오후 6:00:08

[이데일리 좌동욱 김도년 기자]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13일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을 포함한 어떠한 인수합병(M&A)에도 상당기간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인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과 관련한 M&A전에서 손을 뗄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 가운데 하나였던 주요 금융지주사와의 합병이 사실상 물건너간다는 분석 때문이다.

어 회장이 학계의 대표적인 은행 대형화 찬성론자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곳 제기돼 왔던 `메가뱅크`는 추동력을 얻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6.2 지방 선거 이후 집권층 내부의 `파워게임`도 시장 논리에 입각한 우리금융 민영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 KB금융 "당분간 M&A 어려워"

어 회장은 이날 취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KB금융이) 건강해 질 때까지 당분간 인수합병(M&A)은 어려울 것"이라며 "2년이 될지 5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건강해질 때까지 그런 일(M&A)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시중에 곧 매물로 나올 우리금융이나 현재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취임 초 겉으로 화려한 비전을 내세우기 보다 내실을 다져 차후 실리를 가지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메가뱅크론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 같다"며 "실제 한국에서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윤대 회장의 이런 전략적 판단이 올해 금융권의 최대 화두인 우리금융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권 전문가들은 KB금융이 우리금융 입찰을 포기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의 솔루션은 두가지 정도로 압축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방식 모두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대안들이어서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에 적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 남은 건 하나금융 합병과 주주 컨소시엄 입찰 뿐 

우리금융을 민영화하는 방안 가운데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안은 하나금융지주가 지주사간 대등 합병 방식으로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4~5곳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과점 주주를 형성, 주주별로 지분 5~10%를 나눠가지는 방식(주주 컨소시엄)의 입찰 방안이 있다. 현재의 경영진 구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될 경우 정부로서는 선택이 어려워진다. 두가지 방안이 각각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은 특혜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절친한 사이라는 게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KB금융지주가 입찰을 포기하면 하나금융지주의 단독입찰이 된다.
 
공자위는 단독 입찰일 경우 우리금융 매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복수 입찰이더라도 입찰자간 `유효한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 입찰자에게 우리금융지주(053000)를 넘기기엔 부담이 크다. `유효한 경쟁`이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입찰자간 충분한 경쟁이 벌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이 정한 민영화 3대 원칙 중 가장 객관적인 원칙이 공적자금 극대화"라며 "우리금융 민영화는 쉽게 표현하자면 일종의 머니게임으로 볼 수 있다"고 귀뜀했다.  
 
◇ `유효한 경쟁입찰` 가능성 낮아 특혜 시비

주주 컨소시엄 방식과 하나금융-우리금융 합병 두가지 안을 놓고 경합을 벌이는 것도 정부의 입장에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주주 컨소시엄 방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금융-우리금융 합병안과 `유효한 가격 경쟁`을 벌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도 "시장의 경쟁 압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불거진 영포라인 논란이나 K대 편중인사 등 집권층 내부의 분란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특혜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고 그런 분위기가 우리금융 민영화 진행을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6.2 지방 선거 이후 집권층 내부에서 영포회나 K대(고려대)·TK 인사 편중과 같은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특혜 시비 논란에 대한 정부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와 금융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가뱅크론은 추진력을 잃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말 금융위의 민영화 방안 발표 일정이 갑작스럽게 연기된 배경도 굳이 여러 현안들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같은 민감한 이슈를 추진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 기획재정부 장·차관으로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고집했던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나 최중경 경제수석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메가뱅크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메가뱅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간 합병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해외진출을 통한 메가뱅크를 추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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