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사도 티메프 카드결제 취소 동참…"중복환불 위험 해결 필요"

"위메프 현장 환불 받은 것 중복 신청 10억원 이상"
티메프테 돈 못 받지만 카드사에 '선입금' 후 결제 취소
"카드사는 손해 없고 PG사만 손실 다 감당"
금감원 "PG사가 결제수수료 받은 것은 리스크도 떠안겠다는 의미"
  • 등록 2024-07-29 오후 3:15:02

    수정 2024-07-29 오후 3:25:33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에선 셀러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소비자들의 대규모 환불금을 페이 등 간편결제·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감당하게 됐다.

다만 티몬·위메프 현장에서 환불을 받은 내역들이 결제 취소 신청에 중복돼 접수되고 있어 중복 환불을 피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에선 대규모 환불에 따른 손실에 대해 카드사는 책임이 없고 PG만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출처: 금융감독원


◇ “중복환불 여부 확인 필요해 시간 걸린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카드 결제 관련 11개 간편결제·PG사는 카드사로부터 접수된 이의제기 신청을 접수 중인 가운데 8개사 결제 취소 및 환불을 실시하고 있다. 소비자의 카드 결제 취소를 수용해 먼저 환불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다. 네이버페이(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페이(토스페이먼츠 포함)·NHN페이코 등 간편 결제 회사는 물론 나이스페이먼츠·다날·NHNKCP·스마트로 등 PG사들도 환불에 나섰다. KG이니시스, 한국정보통신, 헥토파이낸셜 등 나머지 3개사도 결제취소·환불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티몬·위메프에서 카드로 결제할 경우 소비자의 카드 결제금이 카드사를 거쳐 PG사, 티몬·위메프로 이동하고, 페이사를 통해 결제할 경우 소비자 카드(현금) 결제금이 카드사에서 PG사, 페이사를 거쳐 티몬·위메프로 이동한다.

네이버페이가 27일을 시작으로 가장 먼저 환불 접수를 받고 48시간 내 환불 처리키로 한 이후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NHN페이코 등 간편결제 업체들이 먼저 환불을 시작했다. 이것은 네이버페이 등은 고객 계좌번호, 물품 구매 내역 등을 알 수 있어 환불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PG사들은 소비자들과 직접 계약 관계가 없어 관련 정보를 티몬·위메프에 의존해야 하는데 결제 취소 사실 확인 등이 지연되고 있어 소비자 환불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위메프·티몬, 간편결제, PG사 등이 환불 조치를 시작하면서 중복 환불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가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환불한 규모는 27일 현재 각각 43억원, 131억원이다.

한 PG사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 최우선 보호라는 방침으로 환불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며 “신용카드 결제 취소 방식으로 하나의 기준을 갖고 환불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메프한테 (환불) 관련 리스트를 받아봤는데 현장에서 환불 받은 것과 카드사에 환불 신청한 것 중 중복된 규모가 10억원 이상”이라며 “위메프 등에서도 정확하게 입금이 된 것(환불된 것)인지 여부가 아직은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수수료 장사인데 카드사는 손실 없고 PG사만

금감원이 간편결제·PG사를 상대로 먼저 소비자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회사법을 근거로 한 것이다. 여전법에 따르면 간편결제·PG 등 결제대행업체는 신용카드 회원(소비자) 등이 거래 취소 또는 환불 등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일반적인 경우 소비자가 카드 결제 환불을 신청하면 자금이 티몬·위메프에서 (페이), PG, 카드사를 거쳐 소비자한테 되돌려지는데 티몬·위메프가 돈이 없는 상황에서 페이사는 자체적으로 소비자에게 환불하고, PG사는 카드사에 선입금해주는 방식으로 결제를 취소하고 있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카드사와 PG사의 개별 계약에 의하면 PG사가 (환불 등에 따른 손실을) PG사가 부담하고 있다”며 “결제 수수료를 받았다는 것은 결제 리스크를 떠안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PG사에선 불만이 나온다. 카드사 역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는 데다 수수료의 상당 부분이 PG사보다 카드사로 가는 데도 PG사만 손실을 떠안는 기존의 카드·PG사간 계약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핀테크협회 관계자는 “티몬·위메프가 PG사에 정산금을 줄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PG사는 카드사에 돈을 토해내야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PG사가 티몬·위메프를 상대로 추후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해도 그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조차 미지수다. 특히 티몬·위메프는 자본잠식 상태라 PG사는 보증보험 가입도 안 돼 있다.

PG사와 얽힌 여러 가맹점이 상당한데 PG사가 대규모 손실을 안을 경우 다른 가맹점으로 도미노 손실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PG사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다른 가맹점에 줄 대금은 건드리면 안 된다”며 “지금은 타가맹점 대금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 감당할 수 있는 액수로 추정되지만 PG사마다 다를 것이다. 자금 여력이 없거나 현금 흐름이 안 좋은 PG사들은 지급 불능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날 오후 4시께 PG사를 불러 애로사항 등을 듣기로 했다. 박 부원장은 “PG사의 부담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을 간담회를 통해 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PG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관련 업계가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맞지만 카드사가 손실액을 힘없는 PG사에게 전부 떠넘기는 것은 제도적 결함이 있는 것”이라며 “금감원이 나서서 카드사가 PG사에게 일방적으로 손실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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