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신입생 비율 뚝 떨어졌다"…세계 최고 명문대서 무슨 일이

하버드·MIT·브라운대, '소수인종 우대' 없애니 흑인 학생 비율 '뚝'
美 대법원, 지난해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판결
하버드대, 흑인 신입생 전년보다 4%포인트 감소
MIT, 比 백인 학생 비율 반토막
예일·프린스턴대 등 일부 상위권 대학은 변동 없어
하버드대 "...
  • 등록 2024-09-12 오전 11:33:25

    수정 2024-09-12 오후 12:17:04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학전형 때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뒤 세계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대의 흑인 학생 비율이 4%포인트(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대 교정 전경. (사진=AFP)
11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판결 뒤 신입생 중 흑인은 14%를 차지, 지난해 18%보다 4%p 줄었다. 히스패닉계 학생은 16%로, 전년보다 2% 증가했다.

다른 명문대 역시 흑인 신입생 비중이 줄었다. 미국 최고의 인문계 대학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애머스트 대학은 신입생의 3%만이 흑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가을의 11%에 비해 급감한 수준이다.

특히 매사추세츠 공대(MIT) 신입생 중 흑인, 히스패닉, 아메리카 원주민 또는 태평양 섬 주민 등 비(非) 백인 학생 비율이 16%를 기록, 지난 4년 평균치인 31%에 견줘 반토막났다. 브라운대 역시 흑인 학생 비율이 15%에서 9%로, 히스패닉 학생 비율이 14%에서 10%로 떨어졌다.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한다며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소송에서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한 헌법을 위반했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1960년대 민권운동의 성과로 꼽혀온 이 정책은 60여년 만에 폐기됐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대학 입학 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이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 내 많은 대학들은 이 제도를 활용,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해왔다. 학대 다양성을 키우고 소외된 이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아시아계 지원자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아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급기야 소송에 나서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버드대는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함께 대법원 소송의 피고 중 하나였다.

다만 예일대와 프린스턴대 등 일부 상위권대는 올해 가을 대입 전형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비율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대학들은 입학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원 장벽을 없애는 등 캠퍼스에서 인종 다양성을 증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하버드는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150개 이상의 도시에 입학 사정관을 파견, 학생을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농촌 지역 사회에서 학교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대학 컨소시엄에도 가입했다.

호피 호엑스트라 하버드대 예술 및 과학학부 학장은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우리의 근본적인 약속이 바뀌지는 않았다”면서 “우리는 하버드 교육에 대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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