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현대건설 매각 표류]②현대차를 지켜보는 두가지 시선

현대그룹-건설 동반 등급하락 피해 `다행`
현대차 인수해도 적정가격 논란 불가피
  • 등록 2010-12-17 오후 7:32:38

    수정 2010-12-17 오후 7:32:38

마켓 인 | 이 기사는 12월 17일 19시 02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재은 임명규 기자] 현대건설 인수매각이 채권단을 중심으로 마찰음을 내며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크레딧 업계는 건설 인수를 위한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박탈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숨 돌리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때 짊어져야 할 재무적 부담 등을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가져가더라도 고민은 남는다. 현대그룹에 비해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것 뿐 적정가격 논란 등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MOU해지시 현대그룹·건설 한숨 돌려

이번 MOU가 해지될 경우 크레딧 측면에서는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대그룹의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는 물론이고 신용등급도 현대건설과 함께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러한 불안요소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011200)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신용등급이 피인수자인 현대건설(AA-)보다 2단계 낮은 `A`로 평가되는 만큼, 이번 M&A가 등급의 `윈-윈(win-win)이 아닌 `루즈-루즈(lose-lose)`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047040)을 품에 안은 금호그룹과 지난해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기업(023410)도 결국 등급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인수자의 신용도가 높으면 피인수자도 함께 상승 효과가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모두 하락했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등급이 낮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도 양사의 M&A 리스크가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나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봐도 긍정적 요인이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채권 애널리스트도 "현대그룹이 설령 건설 인수에 성공해도 버티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았다"며 "이번 MOU해지가 현대건설과 현대그룹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인수시 영향은..적정가격 `논란`

만약 현대차(AA+)그룹이 현대건설(AA-)을 인수한다면 현대그룹(A)에 비해 그나마 낫다는 평가다. 잘 알려진대로 현대차의 9월말 현재 현금성자산은 8조578억원,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5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현대차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NCF)은 지난 4년(2006~2009년)평균 2조8000억원으로 자금조달 부분은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현대건설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필요한 자금도 그룹 차원에서 지원이 가능해 현대건설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건설업 특성상 실링(한도)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인수하더라도 현대건설의 신용등급 상향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건설(000720)을 비롯해 GS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단 4곳만이 `AA-(안정적)`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적정가격 여부다. 아무리 돈이 많은 기업이더라도, 밸류에이션보다 과하게 M&A한다면 그룹 전체에 마이너스가 되는 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이 현대건설 지분 34.9% 인수를 위해 제시한 5조1000억원(주당 12만8372원)을 기준으로 할때 현대건설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14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17일 종가(6만9800원)에 비해 2배 가까운 프리미엄을 얹어준 셈이다. 17일 현재 현대건설의 시총은 7조7800억원이다.

한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에 비해 자금조달력 등 현대차의 우위가 상당히 많이 부각됐다"며 "하지만 결국 물건을 비싸게 샀는지 여부, 소비의 효율성 측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자문업체 대표이사는 "한국시장에서 M&A는 부동산을 구매하듯 막연한 기대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인수에 성공했다고 해서 그 딜이 성공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경우 M&A이후 투자수익률(ROI)이 나오는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인수 전후 비슷한 경우가 32%였고, 절반이상인 51%는 되레 인수 이전보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즉, 전체 M&A의 83%가 실패했다는 의미다. 한국은 이런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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