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추측으로 기소”…‘라임사태’ 핵심인물 운전기사들 혐의 부인

'라임 사태' 이종필·김봉현 운전기사 첫 공판
범인도피 혐의…검찰 "도피·범행 은폐 도와"
변호인 "도피사실 몰라…운전기사 일 했을 뿐"
  • 등록 2020-05-15 오후 1:57:17

    수정 2020-05-15 오후 1:57:17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라임)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전기사들이 자신들의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은 펀드 환매 중단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1조6000억원대 피해를 준 이른바 ‘라임 사태’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철 판사 심리로 15일 진행된 운전기사 성모(28)씨와 한모(36)씨의 범인도피 혐의 첫 공판에서 이들의 변호인들은 “공소사실에 적힌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들의 행위에 범인들(이 전 부사장·김 전 회장)이 도피하게끔 도우려고 한 고의성이 있는지 등 법리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소사실 상당 부분은 검찰의 상상과 추측의 산물이고, 진실과 거리가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인 이종필 전 부사장이 도피할 수 있게 도운 혐의를 받는 한모씨와 성모씨가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 “운전기사들, 범인 도피·범행 은폐 도왔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의 운전기사·수행비서였던 성씨와 한씨를 각각 체포해 구속해 지난달 13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성씨는 지난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불응하고 도주한 이 전 부사장을 위해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도피처를 마련하고, 도피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성씨는 도피를 도울 이들과 연락할 대포폰을 이 전 부사장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의 주식을 매도해 도피 자금을 마련한 혐의 △이 전 부사장이 복용할 약을 받아 건네준 혐의 △김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4대를 강에 버려 범행 은폐를 도운 혐의도 성씨에게 함께 적용했다.

한씨는 이 전 부사장에게 받은 5억원 상당의 수표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업자를 통해 현금 4억8000만원으로 바꾼 뒤 이를 다시 이 전 부사장에게 건네주고, 이 전 부사장의 아내로부터 받은 약을 이 전 부사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씨는 지난 1월 이 전 부사장과 그 가족들을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 데려다 준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검찰은 한씨가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올해 1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불응하고 도주한 김 전 회장이 사용할 차량 번호판을 교체하고 △김 전 회장의 직원으로부터 30억원 상당의 수표를 받은 뒤 이중 25억원을 달러와 원화로 바꿔 김 전 회장에게 넘겨줘 도피를 도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사진=이데일리DB)
변호인들 “도피시킬 목적 없었어…불구속 재판해야”

이에 성씨 측 변호인은 성씨가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지시에 따른 것이며, 당시 행위에 이 전 부사장을 도피시킬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씨 측은 “성씨는 이 전 부회장을 단 한 번 언뜻 봤을 뿐, 대화나 인사를 나눈 적도 없었다”며 “이 전 부회장을 도피시키고자 김 전 회장과 공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씨 측은 공소사실에 적힌 행위 대부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고 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성씨 측 변호인은 “성씨가 전달한 돈이 도피 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강에 버린 휴대전화도 망가뜨려서 버리라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그냥 가까운 곳에 던졌으며, 체포된 뒤 휴대전화를 버린 위치도 검찰에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한씨 측도 “법리적으로 ‘범인 도피죄’는 범인 도피와 관련된 모든 행위가 아니라 직접 도피시키거나 도피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만 적용된다”며 “이 전 부사장 도피를 몰랐던 상황에선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씨 측 변호인은 “이들의 도피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리조트를 데려다 준 것이나 약을 건네준 것만으로 도피에 도움을 줬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들은 성씨나 한씨가 통상 운전기사나 수행비서로서 수행하는 범주 내에 있는 행위를 했으며,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같은 행위를 왜 해야 하는지 물을 수 입장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구속된 피고인들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6일 도피 중이던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을 체포해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모두 구속됐으며,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이 전 부사장에 ‘라임 사태’와 관련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피의자로 현재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데, 해당 사건 조사가 마무리되면 남부지검으로 이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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