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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이도형 기자] 24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중앙당사. 당 지도부와 4선이상 중진의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NLL 포기 논란’이 ‘대화록 실종’으로 이어진 이후 처음 열린 이날 회의에는 당의 공식직함이 있는 지도부 8명과 중진의원 6명 등 총 14명이 참석했다.
최경환 원내대표, 김기현 정책위의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난 5월 선임된 당 원내지도부는 발언시간 전체를 대화록 실종 사태에 할애했다. 참여정부가 대화록을 폐기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사과와 책임, 검찰수사 촉구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중진 의원들의 발언 순서에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대화록 실종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을 요구했지만, 요지는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정쟁이 길어질수록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고, 결국 당도 손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된 것이다.
“더이상 공방 무슨 국가적 실익있나”
정몽준 의원(7선)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대선이 8개월 지났는데 아직도 선거의 연장선에서 정치적 논란을 이어가고 있어 유감”이라며 “대화록 실종은 법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정치권은 국민이 기대하는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병국 의원(5선)도 “더 이상 공방이 무슨 국가적 실익이 있는지 생각해봐야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실체없는 공방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있다”고 했다.
집권여당 중진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응집된 목소리로 ‘민생’을 외친 것은 NLL 대화록 정국이 시작된 지난 한 달 동안 사실상 처음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황우여 대표의 발언도 의미심장했다.
황 대표는 발언 첫머리에 정부의 취득세 감면 종료에 따른 부동산 거래절벽·지자체 재정절벽을 우려하며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그동안 원내지도부가 주도해온 강경기류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대화록 실종사태와 관련, 조선시대 기록물 관리 정신을 언급하며 국가기록물 관리시스템 전반을 검색해야한다고 주문했지만, 원내지도부처럼 ‘검찰 수사’는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같은 당내 분위기는 사실 지난주부터 감지됐다. 이재오 의원이 지난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제의 근원은 국정원이다. 집권 5개월 동안 청와대가 정쟁의 중심에 서면되겠는가.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가려야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재오 의원의 당시 발언 이후 정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민생현안에 힘을 쏟아야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설명했다.
민주당도 자성 목소리.. “잃는 것 국민신뢰”
민주당에서는 특히 대화록 실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화록 공개 등 최근 당내 강경기류를 주도한 친노그룹에 대한 비판론도 거세다.
원내대표를 지낸 동교동계 박지원 의원(3선)은 문재인 의원이 ‘NLL 논란을 이제 끝내자’고 한 것에 대해 “만시지탄이나 말은 옳은 말”이라며 “그렇다면 시작을 안 했어야했고 민주당과 국민은 어떻게 해야하나”고 비판했다.
김대중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김영환 의원(4선)도 24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의 천박함이 드러난 사태”라며 “지금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정국주도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라고, 당 지도부는 물론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친노그룹을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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