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업계, 담합 들킨 이후에도 가격 `비슷하게` 올린 이유

공정위, 2009년 6개사에 6689억원 과징금 부과..업계, 대법원에 상고
담합 논란 당시 가격차 미미..이번 달 가격인상도 kg당 1원에 불과
국제가격 의존과 눈치보기 때문
  • 등록 2012-05-02 오후 4:17:34

    수정 2012-05-02 오후 5:09:4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LPG 업계가 이번 달에 LPG 가격을 49~50원/kg으로 일제히 올리면서, LPG 가격 책정 구조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에서 최대 과징금을 받았음에도 6개 업체의 가격인상 폭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SK가스(018670), E1, GS칼텍스, SK에너지(096770),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6개사는 지난 2009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03년초부터 2009년 9월까지 공급가격을 동일하게 맞추는 수법으로 가격을 담합했다는 것인데, 업체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까지 패소해 지난 2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의 혜택을 본 SK에너지를 빼고, 리니언시로 과징금을 경감받은 SK가스를 비롯 5개사가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SK가스와 E1은 2심 판결을 앞두고 있고, GS칼텍스 등 나머지 3개사는 고등법원서 패소한 상태.  

▲ 2012년 LPG 6개사 가격 인상분(단위/kg)


당시 공정위는 가격 담합의 근거로 이들 6개사의 가격편차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면서, 판매가격 공동결정을 위해 매월 가격정보를 사전에 교환해 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징금 제재로  LPG 공급업체간 가격경쟁이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과징금이 부과된 지 2년 반이 지난 올해 5월 현재도 국내 LPG가격의 편차는 극히 미미하다.   가장 가격을 많이 올린 GS칼텍스와 가장 적게 올린 E1의 가격차가 프로판과 부탄에서 각각 1원/kg 나기 때문.   GS칼텍스는 가격을 50원/kg 올려 식당 연료인 프로판의 경우 종전 1420원에서 1470원으로, 택시 연료인 부탄은 1806원에서 1856원이 됐다. E1은 49원/kg 인상해 프로판은 1419.4원에서 1468.4원으로 부탄은 1805.0원에서 1854.0원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LPG 가격은 국제 가격에 연동돼 결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업체별로 가격차이가 클 수 없다"면서 "10원/kg 정도 차이가 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충전소들이 가만히 있지 않아 비슷한 추이로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LPG 같은 동질재의 경우 과점 시장에서 사실상 가격이 하향수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E1이 49원/kg 인상을 발표하자, 나머지 기업들이 이와 엇비슷하게 가격을 인상했다. 

물론 공정위 과징금 부과 이후 예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면도 있다. E1을 제외한 5개사는 언론을 통해 가격인상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자사와 계약 맺은 충전소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 주관 부처인 지식경제부도 LPG 가격 인상 자료를 얻기 위해 애를 써야 할 정도다.   공정위가 담합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없이도 `사업자간 양해`나 `묵시적 합의`만으로도 담합행위의 요건이 된다고 판단한 만큼, 잔뜩 몸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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