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선 깔게 관로 좀"..KT "안돼~"

  • 등록 2012-02-16 오후 5:33:18

    수정 2012-02-25 오전 1:55:01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 서비스의 필수 설비인 `관로` 및 광케이블의 예비율 산정을 두고 KT(030200)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들 간 신경전이 뜨겁다.

이 예비율이 어떻게 산정되는지에 따라 필수설비 사업자인 KT가 경쟁사에 도매로 빌려 줘야 하는 관로 내 공간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용산 국립전파연구원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업계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기술검증단을 통해 관로 적정 예비율 및 광케이블 예비율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ETRI의 검증 결과, 관로 적정 예비율은 인입구간의 경우 135%, 비인입구간의 경우 137%로 가닥을 잡았다. 광케이블 적정 예비율은 현행 35%에서 22%로 축소하기로 했다.

10~15cm 직경으로 지하에 매설된 관로는 광케이블, 동케이블이 돌아다니며 초고속 인터넷 등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필수설비다. KT는 지난 2009년 KT-KTF 합병 당시 이 설비를 경쟁사에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관로 적정 예비율이란 KT가 자사 케이블 불량 등 긴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들에게 임대하지 않고 남겨 둬야 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예비율이 낮을수록 KT가 이용 사업자들에 내줘야 하는 공간이 커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KT는 관로 예비율 현행 150% 유지를, SK브로드밴드(033630), LG유플러스(032640), 케이블TV 업계는 100% 정도로 낮출 것을 요구해 왔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KT 입장에서는 자사 설비를 가급적 경쟁사에 적게 내줘야 하고, 경쟁사는 많이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 갈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방통위가 관로 예비율을 양측이 요구 비율의 중간 정도인 135% 언저리로 산출했지만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KT 측은 너무 낮고, 경쟁사 측은 너무 높다는 것이다.

KT 측은 이날 "기술검증반 운영이 이용사업자에 편향적으로 운영됐을 뿐만 아니라 검증방식이 적절치 못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예비율은 네트워크 안정성 등도 고려해 산정돼야 하는데 이용사업자(SK 등)에 얼마나 설비를 많이 할당할지만 보고 검토했다"고 비판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KT는 타사에 비해 압도적인 필수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여유 필수설비를 경쟁사업자에 임대하도록 설비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된 것"이라며 "이번 예비율 산정을 더 낮추는 것이 본래 취지에 맞다"고 밝혔다.

한편 방통위는 오는 24일 관련 공청회를 한 번 더 열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고시를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 관련기사 ◀ ☞KT, 고졸 SW개발자 키운다 ☞[기자수첩]스마트TV 분쟁 `소비자는 없다` ☞KT, `에코노베이션 아키텍트` 3기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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