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로 행복기금을 통해 개인 채무를 조정했지만 기업활동 과정에서 부도 등으로 발생한 연대보증이 경제활동에 제약을 주는 인원이 11만3830명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2단계로 연대보증 채무자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연체된 보증채무 13조2420억원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채무는 이미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하고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또 추가적인 부채를 조정하는데 필요한 비용도 173억원 정도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가 용이하다는 점도 이번 정책을 마련하는 바탕이 됐다.
정부가 연대보증인에 대한 채무 조정을 처음 실시하면서 대상 연대 보증채무자가 발생한 시점을 외환위기 당시 부도율이 급등했던 시점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이 투자결정에 실패했다고 보기에는 재난의 성격이 더 강했다는 것. 실제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중소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져 ‘노숙자 양산’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장 실행이 가능한 은행연합회에서 관리하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채무불이행 정보’ 등록자 528명과 ‘어음부도기업 관련인 정보’에 등재된 576명 등 총 1104명에 대해 관련 기록의 일괄 삭제도 진행된다. 연합회 기록이 삭제되면 곧이어 시중은행들에서도 이들에 대한 관련 기록이 없어지게 돼 이들의 경제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원 방안에 대해 금융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지원 대상이 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이후 5년간으로 한정돼 있는데, 2003년 카드대란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발생한 선의의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IMF 때 기업의 부도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점을 지원대상 선정의 근거로 삼고 있다. 실제로 1996년 0.17%에 불과했던 부도율은 1997·1998년 0.52%, 1999년 0.43%, 2000년 0.39%, 2001년 0.38%로 급등세를 유지했다.
국민들 사이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 채무를 줄여주는 행복기금에 더해 또 다시 빚을 줄여주는 정책이 더해졌다”며 “어떻게 해서든 빚을 갚으려고 노력한 사람들을 허무하게 만드는 이런 정책들이 ‘빚을 안 갚으면 국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채무불이행 정보 삭제와 관련해서는 실효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관리 중인 채무불이행자는 250만여명. 이들 가운데, 기록이 삭제되는 사람은 110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받거나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직장이 있거나 소득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채무불이행 정보가 삭제됐다고 해서 정상적인 신용생활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