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직원·가짜 휴직'…국가보조금 부정수급한 사업주 등 110명 송치(종합)

15개 업체가 보조금 16억여 원 빼돌려
코로나19 유행기 비대면 심사 이용
경찰, 유관 부처와 특별단속 이어갈 계획
  • 등록 2023-11-21 오후 1:37:27

    수정 2023-11-21 오후 1:37:27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직원을 뽑거나 휴직한 것처럼 속여 국고보조금 16억여 원을 부정 수급한 사업주와 근로자 110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대우 동대문경찰서 수사1과장이 21일 국가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사업주 및 근로자 등 110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1일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보조금법)과 고용보험법 위반 및 사기 등의 혐의로 15개 업체의 사업주와 근로자 11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근로계약서나 휴직동의서, 출퇴근대장 등의 서류를 조작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 국고보조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피의자들은 코로나19 유행기에 보조금 심사가 대면 실사 없이 서류 검토 위주로 이뤄지는 점을 이용해 보조금을 받아냈다.

IT 스타트업의 대표 A(26)씨는 15개 업체 중 가장 많은 보조금을 수령했다. 그는 대학과 동아리에서 알고 지낸 후배와 단기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한 대학생 등 32명을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가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이 서류로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청년채용특별장려금을 받고,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는 방식으로 4억여 원을 부정수급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A씨에게 보조금 200만원을 건넨 뒤 그 대가로 30~50만원을 받았다. 남은 돈은 A씨가 부족한 사업 자금을 메우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생 중 일부는 경찰 조사 때 범행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규직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시간보다 짧게 근무하면서 장기간 허위 서류를 계속 작성해 제출한 정황을 토대로 이들을 입건했다.

재난지원금과 노인장기요양급여 등 다른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50대 여행사 대표 B씨는 기존에 고용한 직원 11명에게 받은 가짜 휴직동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 코로나19 재난지원금 4억원을 부정 수급했다. 그는 어려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서류를 제출해달라며 직원들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50대 요양원 대표 C씨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빌려서 존재하지 않는 근로자를 등재하거나 급여수급자를 허위로 등록해 노인장기요양급여 1억여 원을 받았다.

경찰은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조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단속했다. 15개 업체의 범행에 연루된 피의자 110명을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모두 송치하고, 보조금 4억여 원을 몰수보전했다. 또 일부 업체에 부정수급액의 2배~5배에 달하는 징벌적 환수 명령을 내려 20억 3000만원이 환수 처분되도록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부정수급액이 큰 A씨와 B씨 등 사업주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도주의 우려가 없어 기각됐다.

이대우 동대문경찰서 수사1과장은 “허위로 보조금을 수급한 경우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반환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직장에서 사실과 다른 휴직ㆍ휴업 서류에 서명하거나 영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빌려주는 경우에도 부정수급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확인된 수법 등을 토대로 유관 부처 간 공조를 보조금 부정수급 특별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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