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임단협에 노동계와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유는 기아차 노조가 타임오프제 실시와 관련해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던데다 조합원 규모가 큰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아차 노사의 임단협에서 타임오프제 시행 여부가 향후 여타 사업장의 타임오프제와 관련한 노사협상에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기아차 노사의 이번 합의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 노사 모두 '양보'로 평행선 끊었다
당초 기아차(000270) 노사협상은 시작 전부터 올해 노동계 최대 난제로 꼽혀왔다. 올해 임금협상만 있는 현대차와 달리 단체협상 시기가 타임오프제 적용과 맞물리면서 기아차는 올해 초부터 노사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사측은 타임오프제 준수를 강조한 반면, 노조는 시종일관 타임오프제 시행은 노조를 운영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무파업으로 이미 임단협을 마무리지었음에도 기아차만 협상 시작조차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기아차 노조는 지난 6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 65%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해 사측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내수 시장에서 신차들의 선전으로 현대차를 앞서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노조에 발목이 잡혀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측은 임단협 안건에 타임오프제 반대와 관련된 사안이 포함돼 있는 한,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 협상 테이블에서 이를 논의키로 하고 전격적으로 협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아차 노사는 협상 개시 후 20일만에 타임오프 문제를 해결하고 고용보장에 합의 하는 등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그만큼 노사 양측 모두 합의가 절실했던 셈이다.
◇기아차 노조, `타임오프`는 버렸지만..
기아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안에 전격적으로 합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노조가 그동안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던 타임오프제에 대해 협상 테이블에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타임오프제에 대한 노사 양측의 시각차였던 만큼, 노조측이 타임오프제를 수용키로 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아울러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기아차의 승승장구 분위기에 노조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여론도 노조에겐 타임오프제를 버리고 실리를 선택하게끔 한 중요한 포인트다.
결국, 기아차 노조는 타임오프제 고수를 포기하는 대신 ▲기본급 7만9000원 인상 ▲성과일시금 300%+500만원 지급 ▲신차성공 및 생산·판매향상을 위한 회사주식 120주 지급 등 실리를 선택했다. 또 현 시점을 기준으로 모든 종업원에 대한 고용 보장에도 합의하는 등 최대한 실리를 챙겼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강성노조였던 기아차 노조가 20년만에 '무파업'으로 임단협에 잠정합의하는 등 새로운 노사 문화를 만들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가 타임오프제를 고수 하지 않고 실리를 챙겼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이제 대표적인 강성노조가 자리잡은 자동차 업계의 노사 문화도 조금씩 실리와 노사 윈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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