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하고 빈정대고…경찰관 갑질 천태만상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법경찰평가 결과 발표
강압적 수사 진행, 방어권·인권 침해 여지
고소 취하 종용 등 수사 의지 없는 사례도
"관계기관 전달…올바른 수사문화 형성 기대"
  • 등록 2024-06-03 오후 2:07:28

    수정 2024-06-03 오후 4:27:53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모 경찰서 교통과 소속 A경사는 피의자 신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조언을 구하자 “끼어들지 마세요. 할말 있으면 조사 끝나고 나중에 의견서로 제출하세요. 밖에 나가계세요”라고 제지해 피의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

B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한 뒤 일정 조율을 위해 전화한 변호인에게 “이런 사건 잘 되겠냐. 배임죄 수사는 어렵다.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해서 영장도 안 나올 사건이다”라고 예단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소인 조사 과정에서 시종일관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수사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3일 공개한 ‘사법경찰평가 결과’에 소개된 사례다. 서울변회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형사사건의 담당 사법경찰관(리)에 대해 평가하고 있으며 2023년도 평가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접수된 문제사례 중에는 피의자를 모욕주기 위한 반말, 조롱, 책상을 내려치는 등의 강압적 수사 진행은 물론이고, 피의자가 이미 질의에 답변을 했음에도 자백의 유도를 위해 단순 질문을 반복한다든지, 같은 내용의 유도 신문을 반복하는 등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수사를 진행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또다른 경찰관은 고소인 보충진술 과정에서 고소인을 취조하듯이 조사하는 한편 변호인에게는 “그렇게 말을 빨리하면, (나는) 타자가 빠르지 않아 기록할 수 없다”며 빈정거리듯 말하고 이를 지적하자 “농담한건데 농담도 이해하지 못하냐”고 재차 빈정댔다고 한다.

변호인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출석일자에 안내도 없이 30분 이상 기다리게 한 경찰 C씨는 “수배자 체포 관계로 일정을 미뤄야 한다”고 말했으나 나중에 거짓으로 확인됐다.

수사 지연 사례도 있었다. 서울변회의 한 회원 변호사는 “특경법 위반(횡령)으로 고소가 이뤄진 사건인데 사법경찰관이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해 검찰에 이의신청을 했고, 검찰에서 보완수사 결정을 했으나 2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전혀 수사도 하지 않고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D수사관은 고소 접수 후 1년이 지나서야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는데 고소장에 적힌 기초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고소대리인인 변호사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서울변회가 지난해 7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실시한 사법경찰관 평가에는 772명의 회원 변호사가 참여해 총 3173건의 평가표가 접수됐다. 1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를 받은 사법경찰관 등은 2550명이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평가 결과를 관계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라며 “사법경찰평가제도가 사법경찰에 대한 건전한 감시와 견제는 물론, 경찰청 등 수사기관과의 의사소통 및 협력체계 구축을 촉진해 올바른 수사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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