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人]시장주의자, 18년만에 화려한 부활

김인호 이사장, 26일 무역협회 29대 회장 취임
  • 등록 2015-02-17 오후 2:06:22

    수정 2015-02-17 오후 2:08:04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김인호(사진, 73)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이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의 후임으로 추대되면서 18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무역협회는 17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회장으로 김인호 이사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인호 이사장은 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국장,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등을 거쳤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청와데 경제수석비서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소비자정책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08년부터 재단법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 이사장은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대외경제조정실장을 맡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남북경협 등의 난제를 무난히 처리했고, 조순 경제부총리를 도와 금융실명제, 토지공개념 도입 등을 추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인연이 깊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초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면서 김영삼 대통령을 보좌했을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바로 그의 비서로 일했다. 최 부총리는 김 이사장이 1997년말 외환위기 책임자 중 한 명으로 몰려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받을 때 그를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구명운동’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번 무역협회장 선출과정에서 최 부총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대외적인 활동이 뜸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취임사 작성에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과 함께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시장경제 신봉자다.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에도 집무실에 ‘경쟁이 꽃피는 시장경제’라는 액자를 걸어놓을 만큼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했으며,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소’를 만들어 시장경제 이념을 전파하기도 했다.

무역협회장 취임을 앞둔 그는 “한국은 국제화를 하면 할수록 좋은 나라”라고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교역확대와 국제화를 통한 확대균형화를 한국 경제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글로벌 위기가 온 것은 시장의 원리를 따르지 않은 제도와 정책 때문”이라며 “시장의 원리에 맞게 제도와 정책을 바로잡는 구조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법인의제설’을 들어 부정적인 견해 피력했으며, 최근 논란이 된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유연한 경제구조를 해법으로 내놨다.

무역협회 측은 김인호 이사장이 경제에 대한 큰 그림을 잘 그렸고, 작년부터 정부의 중장기 전략수립에도 깊이 참여하는 등 무역업계가 당면한 여러 현안을 잘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인호 이사장은 24일 이사회에서 공식 추대되고, 26일 열리는 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제29대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이날 회장단은 무역협회와 무역증진을 위해 헌신하며 한미 FTA의 차질 없는 이행, 한중 FTA 타결, 무역업계 애로 해소,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 등 많은 업적을 이룬 한덕수 회장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했다. 회의에는 한덕수 회장을 비롯해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 한준호 삼천리 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이민재 엠슨 회장, 안종원 동아원 수석부회장,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 안현호 상근 부회장 등 14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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