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양보할 수 없다`..현대차·현대그룹 `결전`

현대차그룹, 인수자문사 선정..건설 인수 ''시동''
현대家 정통성·사업영역확대·후계구도 확립에 필요
현대그룹, 외형 확장·경영권 유지위해 ''필수''
  • 등록 2010-08-12 오후 5:23:54

    수정 2010-08-12 오후 5:23:54

[이데일리 정재웅 김국헌 기자] 마침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대외적으로는 침묵을 지켜왔던 현대차그룹이었지만, 그건 현대건설 인수준비를 위한 의도된 침묵이었던 셈이다.

사실 현대차(005380)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범 현대가(家) 내부의 합의도 있었던 데다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서도 현대건설은 꼭 필요한 존재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에게 현대건설은 사업적 측면에서든 상징적인 측면에서든 매우 유의미하다.

현대그룹의 경우엔 더욱 절박하다. 현대건설(000720)이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몰락해버린 현대그룹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현대건설은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특히 현정은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의지는 대단하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격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외형이나 실탄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유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 하지만 M&A는 언제나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일인 만큼 섣불리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 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인수시 `1석3조` 효과

현대차그룹에게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가(家)의 적통을 잇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정몽구 회장의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직접 일군 현대건설이다. 그리고 현대건설을 바탕으로 지금의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있을 수 있었다. 결국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모태가 됐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아울러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재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건설사인 현대엠코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엠코 매출의 66%가 빌딩, 공장, 도로, 항만 등 공사부문에 치중돼있는 만큼 토목과 플랜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현대건설과 합병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계산이다.

여기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 확립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즉 현대엠코의 최대 주주인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건설을 인수해 현대엠코와 합병한다면, 현대엠코는 우회상장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정 부회장은 막대한 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정 부회장에게 쥐어질 자금은 현대차그룹 후계구도의 걸림돌인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사 전환, 특히 계열사간 복잡한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데 유용한 실탄이 된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추진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정 부회장이 주축이 돼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자동차와 제철 등에 편중된 현대차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도 건설부문까지 확대. 향후 정 부회장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할 수 있는 요소가 됨은 물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인수자문사를 내정했다는 것은 인수 준비를 어느 정도 완료했다는 의미"라며 "현대가(家) 적통성 확립, 사업포트폴리오 확대, 후계구도 정리 등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차에게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밝혔다.

◇ 현대그룹, 건설 없으면 그룹도 경영권도 `흔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난 2006년부터 인수의지를 명확히 밝혀왔단 점에서 지난 11일과 12일 현대엘리베이(017800)터와 현대상선(011200)의 인수 참여 발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현대건설을 그룹 미래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해왔고,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도 최근에 이를 재확인했다.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6월22일 현대상선 부산신항 터미널 개장식에서 현대건설 인수의지에 변함없냐는 질문에 대해 "수없이 말해왔던 것으로 재론할 필요가 없다"며 확고한 인수의지를 강조했다.

그룹의 틀을 갖추려면 현대상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주력계열사가 하나 더 필요하단 점도 중요하지만, 현대건설이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될 현대상선 지분 8.3%를 들고 있단 점 때문에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양보할 수 없다.

인수전의 아킬레스건이 될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완강하게 거부한 것도 현대그룹의 인수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주채권은행을 변경하기 위해 차입금 750억원을 미리 갚고,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한 전체 채권은행 협의회의 제재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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