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혼자 산책하는 분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가급적 여럿이서 움직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지난 21일부터 시범 운영 중인 ‘목골산 둘레길 산악 순찰대’에 자원한 서울 관악경찰서 미성파출소 소속 김정우 경장은 23일 오전 취재진이 동행한 순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두 명 이상이 다니기 힘든 좁은 도로나 왼쪽 밑으로 비탈길이 있는 길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본다”며 “힘든 점도 있지만 주민들이 안전하게 느낄 수 있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목골산에서 경찰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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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순찰에 동행한 이날은 비까지 내려 평소보다 인적이 없고 어두컴컴했다. 비탈길은 수풀과 나무 등으로 뒤덮여 있어 주변의 시선을 피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신림동 강간살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등산로 일대에 폐쇄회로(CC)TV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실제 둘레길 초입을 제외하고는 CCTV가 보이지 않았다. 등산로 초입에는 ‘안전을 위해 2인 이상 동반 산행 바랍니다. 인적이 드문 샛길보다 이용객이 많은 정식 등산로를 이용합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목골산 둘레길 산악 순찰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삼단봉·무전기·수갑 등을 소지했다. 이들은 2인 1조로 모두 5개 조로 편성돼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둘레길을 순찰한다. 한 달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되 이후 지속 여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산악 순찰대는 지난 17일 둘레길 인근에서 한 남성이 일면식 없는 여성을 강간 살인하는 강력 범죄가 발생해 주민 불안이 커지자 경찰이 내놓은 치안 강화 대책이다. 2016년 수락산 살인사건 당시 산악 순찰대가 운영됐던 전례를 참고했다.
박인구 관악경찰서 112 상황실장은 “관악구는 원래 치안 수요가 높은 곳이긴 한데 연이은 강력 사건으로 불안감이 훨씬 커졌다”며 “특히 이곳은 산악 지대라서 일부 산림용 CCTV를 제외하고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취약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일대를 순찰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불안감을 한층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악서뿐 아니라 민관경 협업 체계를 확실히 구축하여 경찰의 인력과 장비뿐 아니라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요소를 총력 투입해 불안감을 조기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경찰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계속되는 사건으로 현장 인력의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사안이 엄중한 만큼 어느 정도 감수하고 다른 지역의 순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겠다”고 덧붙였다.
|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목골산에서 열린 ‘관악 둘레길 산악순찰’에서 박인구 관악경찰서 112 상황실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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