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관, 1천억원대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 고액자산가 146명 적발

휴대 밀반출·환치기로 말레이시아 부동산 201채 구매
현지 위장회사·자녀 명의 취득, 불법 상속·해외 재산 은닉
고액투자자 외국환거래법 위반 검찰 송치, 과태료 부과
  • 등록 2019-08-21 오후 2:00:00

    수정 2019-08-21 오후 2:00:00

말레이시아에서 피의자들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해외부동산 사진. 서울세관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국내 재활전문병원의 병원장으로 재직하는 의사 A씨는 개인 투자용으로 1채당 16억원에 이르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지역의 5층짜리 상가건물 2채와 3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1채를 취득했다. A씨는 계약금, 중도금 등 3억7000만원을 환치기 계좌를 통해 불법 송금했다.

국내에서 금속·기계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말레이시아에 골프여행을 가서 부동산 알선업자의 소개를 받아 16억원 상당의 5층짜리 상가건물 1채를 취득했다. 상가는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현지법인 명의로 취득했고, 상속을 대비해 현지법인의 주주는 본인과 20대 대학생 딸 명의로 등록했다. B씨는 계약금 중 2000만원 가량은 몰래 휴대 반출하고, 1억2000만원은 국내 입국한 알선업자 C씨에게 현금으로 전달하고 1억1000만원은 C씨가 관리하는 환치기 계좌를 이용해 지급했다.

말레이시아에서 1000억원대 해외부동산을 불법 취득한 의사, 회계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중견기업 대표, 대기업 임직원 등 고액자산가가 대거 적발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 지역의 상가, 콘도미니엄, 전원주택 등의 해외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외국부동산 취득신고를 하지 않고 구매한 고액자산가 146명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이 계약한 해외부동산 취득가액은 1000억원에 이르고,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말레이시아에 불법 송금한 금액은 135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의사, 회계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중견기업 대표, 대기업 임직원 등 자산가들이다. 투자자들은 싱가포르와 인접한 말레이시아 경제개발특구 조호바루에 신규 분양 중인 부동산을 매매차익이나 노후준비 목적으로 사들였다. 구매대금은 출국시에 휴대 밀반출, 환치기 송금 등의 방법으로 불법 지급했다.

서울세관은 “일부는 자녀 명의로 계약하여 해외부동산을 편법 증여수단으로이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말레이시아 현지에 설립한 위장회사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서울세관은 최근 동남아시아 주택가격 상승세를 타고, 일부 부유층들이 동남아로 부동산 투어를 하며 고급 주택을 쇼핑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지역 부동산 취득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고액 투자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계좌추적, 외화송금내역 분석을 통해 혐의를 입증해 알선업자 3명, 불법 투자자 146명을 적발햤다.

말레이시아에서 분양대행사를 운영하는 해외부동산 전문알선업자 D씨(한국인)는 수차례 TV방송과 국내 인터넷 신문에 말레이시아 부동산 광고를 내고, 서울과 부산의 유명 호텔에서 투자 세미나를 열어 투자자를 모집한 후, 해외숙박비나 식사비를 무료로 제공하며 투자를 알선했다.

D씨는 말레이시아로 송금하려는 투자자들에게 국내은행에 개설된 환치기계좌에 부동산 대금을 한국돈으로 입금하도록 했다. 또한 D씨가 국내에서 투자자들로부터 1억원이 넘는 현금을 직접 수령한 후 출국시 밀반출하는 방법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간 한화 108억원을 불법 송금대행했다.

이러한 D씨의 송금대행은 말레이시아에서 건설시공을 담당하는 업체 직원의 공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서울세관의 설명이다. 알선업자 D씨는 국내 중견 건설업체 P사의 말레이시아 현지법인 부장인 E씨로부터 한국인 파견 노무자들의 급여를 현지에서 링깃화로 전달받아 투자자들의 부동산 대금을 납부했다. 투자자들에게는 건설사 노무자들의 한국 급여계좌를 알려주어 한국돈으로 입금케하는 방법으로 15억원 상당의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환치기 송금을 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알선업자 D씨의 도움을 받아 말레이시아 현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를 통해 부동산을 사는 방법으로 실제 명의를 숨겨 국내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했다. 부동산 대금은 알선업자 D씨가 알려주는 환치기계좌에 입금하거나, 말레이시아로 출국할 때 1000만원씩 분산해 여행경비인 것처럼 가지고 나갔다.

서울세관은 알선업자 D씨와 P건설사 재무부장 E씨는 환치기영업, 10억원 초과 고액 투자자 15명은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에 따른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에 각각 송치하고, 나머지 소액투자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취득에 앞서 사전에 반드시 외국환은행에 해외부동산 투자신고를 해야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처분 등을 받지 않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세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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