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감독이 삼성 출신?…삼성영상사업단 재조명

이건희 회장 문화 콘텐츠 산업 강화 의지로 태동…국내 문화산업 업그레이드 '마중물'
1995~1999년까지 영화·뮤지컬…음반 등 종합 엔터사업 추구
국내 문화예술계 거장 다수 배출
  • 등록 2014-08-11 오후 3:51:05

    수정 2014-08-11 오후 3:51:05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한국영화사상 최단 기간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신화를 만든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삼성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과거 삼성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담당했던 삼성영상사업단(사업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와 삼성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출범한 삼성영상사업단은 주먹구구방식으로 이뤄지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체계적이고 현대적으로 한 단계 끌어 올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그룹이 한류를 비롯한 문화 콘텐츠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한 셈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은 1995년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시로 삼성전자(005930)(스타맥스, 나이세스), 삼성물산(000830)(캐치원, 드림박스), 제일기획(030000)(Q채널) 등에서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던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출범시켰다.

당시 사업단에 근무했던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외국의 선진 문화예술사업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오늘날 한국영화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업단은 한국 최초의 기획영화인 결혼이야기(1992년) 투자를 시작한 이후 한국영화사의 기념비적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쉬리’를 제작했다.

사업단의 문화산업 육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뮤지컬에도 관심을 쏟았다. 사업단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배우고 뮤지컬 제작 체계를 도입,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한미 합작으로 만든데 이어 창작 뮤지컬 ‘눈물의 여왕’도 제작했다.

이와 함께 국내 대표 배우 겸 솔로 여가수인 엄정화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음반도 제작하면서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넓혔다. 또 현재 세계 정상급 팝페라 가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임형주 씨도 1998년 삼성뮤직이 발굴한 인재다.

지난 1999년 사업을 정리한 삼성영상사업단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초인 ‘쉬리’를 제작하면서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 다양한 방면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인재도 많이 양성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1997년 사업단 방송본부 국장을 역임했으며, 최근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전 KT미디어허브 김주성 사장도 사업단과 CJ엔터테인먼트를 거쳤다. 최진화 전 강제규필름 대표 역시 사업단에서 선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배웠다.

삼성은 이외에도 국내 영화관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 현재 삼성생명(032830) 국제회의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은 1997년 삼성이 최고 시설의 극장을 만든다는 목표로 만들었던 ‘씨넥스’라는 극장이었다.

이곳은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돌비 디지털, 디티에스(DTS), 에스디디에스(SDDS) 등 다양한 포맷의 음향시스템을 갖췄다. 또 최근 CJ CGV나 롯데시네마와 같은 멀티플렉스 극장처럼 넓은 좌석간격에 최상급 의자 등 편안한 관람시설을 갖춰 국내 극장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2002년 씨넥스가 폐관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극장 폐관에 관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항의 전화가 쇄도하는 등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야심차게 추진하던 삼성의 영상사업도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밀물을 버틸 재간은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삼성영상사업단을 정리하기 시작해 사업단은 1999년 4년여의 짧은 역사를 마감했다.

투자에 비해 결과물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문화 사업의 특성상 지속해서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경영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사업단이 없어지면서 500~600명의 사업단 임직원들이 아쉬워했다”며 “5년도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진 회사였지만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현대화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영화 사상 최단기간 10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 ‘명량’의 김한민 감독(왼쪽)이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삼성영상사업단 출신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가운데)과 김주성 전 KT미디어허브 사장도 1990년대 중반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재직하며 선진 문화예술시스템을 국내 시장에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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