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회장체제에서 구현모·박윤영 협업 체제로
KT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구현모(56) 차기 CEO 후보자와 막판까지 겨뤘던 박윤영(58)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이 승진해 사장(기업부문장)이 됐다. 구 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박윤영 사장은 기업부문장 사장으로 활동한다.
3명이 돌아가며 의사결정위원회 의장(CEO) 역할을 맡는 화웨이의 순환회장(Rotating Chairman)제도와는 다르지만, CEO 혼자 모든 걸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제왕적 체제와 다른 협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 후보자는 CEO의 더 빠른 고객 대응을 위해 협업 차원에서 박 사장과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앞으로 커스터머부문 등 각 부문별 성과가 나오는 대로 사장을 늘릴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 되면 사장급들이 자연스럽게 차차기 CEO군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한 기업부문의 사장 승진은 5G 시대를 맞아 앞으로 KT가 소비자고객(B2C)뿐아니라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같은 기업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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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커스터머&미디어 부문과 마케팅 부문은 ‘커스터머부문’으로,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은 ‘기업부문’으로, 경영관리부문과 사업협력부문(CR)은 ‘경영지원부문’으로 각각 통합됐다.
영업과 상품·서비스 개발로 쪼개졌던 조직을 ‘커스터머부문’으로 통합해 소비자고객(B2C)을 전담하고, 기업고객(B2B)과 글로벌고객(B2G)을 담당하던 부서도 고객기업의 디지털혁신을 더 잘 돕기 위해 ‘기업부문’으로 통합했다.
커스터머부문장에는 강국현 KT스카이라이프 사장(부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기업부문장에는 박윤영 사장이, 경영지원부문장에는 신현옥 부사장이 보임됐다. CR은 국회 업무와 부처 협력 업무외에 크게 줄였다. 관계형으로 활동하기보다는 공익사업으로 정부와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구 후보자 소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KT의 한 이사는 “KT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이 기존 CR의 업무관행에서 비롯된 만큼 이제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영업과 네트워크로 나눠져 있던 각 지역본부를 통합해 전국 11개 지역고객본부와 6개 네트워크운용본부를 ‘6개 광역본부’로 각각 합쳐 고객서비스와 기술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게 했다.
6개 부문이 3개로 줄고 광역본부가 출범하면서 임원 수는 지난해 말 118명에서 98명으로 12% 줄었다. KT 임원 수가 두 자리로 축소된 것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최고 디지털혁신책임자, 최고준법감시책임자 신설
조직혁신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AI/DX융합사업부문과 최고준법감시책임자(외부 영입 예정)다. AI/DX융합사업부문장은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 Chief Digital Transformation Officer)로서 KT의 디지털혁신을 책임지는 전홍범 부사장을 보임했다. 부사장이 2명이나 있지만 비상설로 운영하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이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 Chief Compliance Officer)를 이사회 동의를 얻어 선임할 예정이다. 최고준법감시책임자는 삼성처럼 법조인 출신이 될 전망이다.
CEO 직속 미래가치TF도 만들어
KT는 미래를 위한 3대 핵심과제로 △AI 및 클라우드 분야의 핵심인재 육성 △고객발 자기혁신 △사회적 가치를 선정했다. 구현모 차기 CEO가 직접 주도한다. CEO 직속조직으로 ‘미래가치TF’를 신설하고 TF장으로 김형욱 전무를 선임했다.
이번 인사에서 네트워크부문장(이철규 부사장), IT부문장(신수정 부사장), 융합기술원장(홍경표 전무), 경영기획부문장(박종욱 부사장), 홍보실장(양율모 상무)도 선임됐다.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은 “KT는 고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이를 신속하게 만족시키기 위해 고객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변화시켰다”며 “이번에 중용된 인재들은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의 경영을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KT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