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스타에 6500억원에 매각 추진
산업은행은 2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 판매 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산은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 지분 45%(주당 5000원)를 646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은 등 8개 채권 금융기관의 금호타이어 지분율은 현행 42%에서 23.1%로 내려갈 예정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지분은 산은이 13.5%, 우리은행이 14.2%를 보유하고 있다.
더블스타는 투자액의 5%(323억원)를 계약금으로 내기로 했다. 채권단은 시설 자금 목적의 신규 자금 최대 2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같은 외자유치가 성사될 경우 총 8500억원의 자금이 약 5년간 시설투자에 활용될 계획이다.
또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노동자 고용을 지분 인수 후 3년간 보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회사 지분 매각을 더블스타는 3년, 채권단은 5년간 제한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더블스타는 지분 인수 후 5년이 경과하거나 채권단이 지분을 모두 처분하기 전까지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의 경우 4년 이후부터 매년 지분의 50%씩을 매각할 수 있다. 채권단 지분 매각 시 더블스타에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되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등 시장 매각 때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위해서는 방산업체인 회사 특성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매매 승인과 상표 사용, 채권 연장 등이 선행돼야 한다. 산은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과 상표사용권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런 사전 절차를 포함한 투자 협상을 올해 상반기 안으로 마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노조 간부 2명은 이날 오전 해외매각 반대 등을 주장하며 광주공장 인근 한 송신탑에서 돌입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지난달 26~28일 진행한 노사 간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협약(MOU) 체결이 끝내 무산된 것도 해외 매각이 핵심 쟁점으로 작용했다.
채권단이 노사 자구안 이행 합의 기한을 한달 연장하며 법정관리는 당장 면했지만 시한내에도 노조의 반대가 지속될 경우 법정관리 불씨는 살아있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조가 반대할 경우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다”며 “협력업체 등을 고려하면 가급적 법정관리는 면하고 싶지만, 마지막까지 수용을 안하면 불가피하게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채권단끼리 날짜는 정해놔야해서 한달로 정했는데, 그 전에라도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달정도는 해보려고 애를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외자 유치 아니면 자체생존 불가
자구안은 외자 유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산은은 금호타이어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4600억원으로 청산가치(1조원)의 절반을 밑돌았다. 산은은 금호타이어 부실의 원인 중 하나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의 인건비를 한 원인으로 꼽았다. 자구 계획을 이행하면 계속기업가치는 청산가치보다 1575억원 많은 1조1905억원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산은은 채권단 관리를 통해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율 협약, 워크아웃 등 채권단 공동 관리를 추진할 경우 1조4979억(워크아웃)~1조8522억원(자율 협약)에 이르는 출자 전환 및 신규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은은 “중국 사업이 정상화하지 않는 한 청산가치 대비 기업가치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며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을 추진하더라도 기존 경영자 관리인(DIP) 신규 자금 규모가 8000억원에 이를 만큼 과다해 채권단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의 열쇠가 중국 법인 조기 정상화에 달린 만큼 중국 자본 유치를 통한 회생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얘기다. 산은은 “더블스타 투자 유치를 통한 글로벌 생산 거점 확장, 생산 능력 및 기술 공유 등 양사 시너지를 바탕으로 매출 규모 세계 10위권 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