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오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유독 안방에서만 힘을 못썼던 현대기아차로서는 구겨진 자존심을 다소 만회한 셈이다. 신차효과를 앞세워 올해는 부진한 실적을 털어내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속내다. 그렇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판매 선방‥내수점유율 70%대 무너져
그렇지만 1월 판매실적이 부진을 뒤집는 변곡점으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최근 내수부진은 일시적인 이유보다는 시장흐름이 바뀌는 구조적인 요인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작년 현대차는 전년보다 4% 감소한 64만865대, 기아차는 5% 준 45만8000대를 팔았다. 130만대 규모인 내수시장을 고려하면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작년 68.2%(승용 기준)까지 밀렸다. 꾸준히 70%를 웃돌던 과거와 비교해볼 때 점유율 하락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이다.
반대로 보면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현대·기아차가 충족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작년 신형 싼타페 품질논란처럼 현대기아차의 품질이나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신도 높아진 상태다.
내수 흔들리면 타격 배가
사실 현대차의 내수시장 비중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작년 전체 판매량 755만대 가운데 내수는 110만대 수준으로 14~15% 사이다. 그렇지만 내수시장의 중요도는 숫자로 나타난 비중 이상이다. 내수판매는 비교적 수익성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해외 시장에서 흔들려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 역시 압도적인 내수시장 판매를 등에 업고 해외에 진출한 뒤 글로벌 5위까지 올라선 경험이 있기도 하다. 내수시장을 수입차에 내준다면 현대차로서는 후방이 불안해지는 셈이다. 1980년대만 해도 자국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했던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도 내수를 내주면서 사업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사례가 있다.
게다가 올해 수입차들은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려 단단히 벼르고 있다. 독일 고급브랜드는 물론 주춤했던 일본업체도 신차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업계도 가격을 조정하고 성능을 높인 모델을 선보이며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로서는 녹록지 않은 환경에 둘러싸인 셈이다. 가뜩이나 엔저나 미국 돈줄 죄기 같은 불안요소가 많아 올해 해외 시장에서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터라 안방에서 주춤한다면 타격이 배가될 수 있다.
‘신차효과’로 뒤집기 노리는 현대기아차
하지만 과거와 같은 신차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수입차가 대거 들어오며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데다 취향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력 소비층인 30~40대의 국산차 충성도는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미 10만대 이상 팔리는 ‘대박’ 차종이 사라진 것은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근거다. 예전 아반떼나 쏘나타나, K5를 포함한 베스트셀링카가 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시너지효과를 냈지만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형실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입차 공세 탓에 (현대기아차)의 내수점유율 하락속도가 생각보다 더 빠른 상황”이라며 “올해 현대기아차의 신차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방어는 한다해도 아래쪽으로 꺾이는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엔저나 글로벌 경기부진 탓에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면서도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성장의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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