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규모 원유 감산 합의에도…"국제유가, 30달러 하회 지속할 듯"

삼성證 "재고 많고 코로나19 이후 수요 감소 감안시 유가 V자 반등 어렵다"
  • 등록 2020-04-13 오전 11:39:20

    수정 2020-04-13 오전 11:39:20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이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 이것으로 석유시장은 한 고비를 넘겼으나 국제유가(WTI)는 상당기간 배럴당 30달러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4월 9일 회의 진행 상황을 감안 시, 내용 상으로 서프라이즈가 나오면서 석유시장은 한 고비를 넘겼다”면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소비패턴은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석유 소비가 V자 반등하긴 어렵고, 국제유가는 상당기간 배럴당 30달러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OPEC+는 4월 9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산유국 회의에서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가스콘덴세이트 제외)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사상 최대 규모 감산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 한계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심 연구원은 “G20 국가의 경우 전체 총량만 언급됐을 뿐 국가별 감산량 할당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이 멕시코 대신 감산한다는 하루 30만 배럴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블랙박스이며 산유국들이 합의를 잘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시장이 한 고비를 넘긴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분석이다. 심 연구원은 “지난 3월 6일에 시작된 석유시장의 점유율 전쟁이 끝났다는 점은 의미가 있으며, 감산기간이 2022년 4월까지로 매우 길고 G20과 OPEC+의 감산량을 합하면 그 양이 매우 크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금일 사우디가 5월 OSP 발표에서 마이너스 폭을 축소시킬 경우, 시장 안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추가 유가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EA가 전략적 비축유 매입을 결정한 점도 주목할 만한데, 이는 석유 생산국 뿐만 아니라 소비국들(OECD)까지 석유시장 안정화를 위한 수요 자극을 같이 병행하는 것이란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의 V자 반등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심 연구원은 “코로나19 충격이 계속되고 있으며, 재고도 많은 데다가 주요 도시의 락다운(lock down)이 5월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민간의 소비는 줄어들고 저축률은 높아질 개연성이 있고 장거리 여행 수요도 줄어든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심 연구원은 “매주 발표되는 미국 석유시장 데이터에서 미국의 실제 감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미국 원유·가솔린 재고 데이터가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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