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2020년 이후 1000조원이 넘는 시장이 열릴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 사업에 우리나라가 주도권 쟁탈전에 나선다. 미국과 덴마크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정보통신기술(ICT)에 강점을 살려 이내비게이션 기술 표준화를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3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3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럽 이내비게이션 컨퍼런스’에서 세계 3대 지역(유럽·북미·아-태) 컨퍼런스 간 조정·협력위원회 설립, 운영방안에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바닷길 안내자’인 이내비게이션은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국제적인 시행을 목표로 도입한 차세대 해양안전 종합관리시스템이다. 각종 해상·운항정보를 디지털화 해 선박 운항자에게 실시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준다. 육상에서 차량용 내비게이션처럼 선박을 운항하는 데 운항항로, 날씨, 돌발 변수 등을 제공하면서 선박 사고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크루즈와 같은 큰 배부터 작은 낚시배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해수부는 2020년이후 약 1000조원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간 이내비게이션 기술개발 논의는 덴마크(유럽)와 미국(북미)에서 주도해 왔다. 양국은 각각 2011년, 2014년부터 매년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해 기술표준 및 정책을 주도해 왔다.
진입 장벽이 높은 해상장비 시장에 우리나라가 출사표를 던진 것은 정보통신기술(ICT)에 강점을 바탕으로 디지털로 변화하는 이 시장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국은 올해 6월 제주에서 의장국으로 처음으로 아-태 지역의 컨퍼런스를 개최하면서 기술표준 마련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안이 도출되면 북미 컨퍼런스는 학술·연구, 유럽은 정책, 아·태지역은 기술분야 등으로 전문분야로 나눠 ‘삼각축’을 꾸린 뒤 기술 개발 협력에 나서게 된다. 이 조정안은 우리나라가 제안한 것으로 한국·덴마크·미국을 공동 의장국으로 조정·협력위원회가 꾸려지지만 사실상 돈이 되는 ‘기술 표준’은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컨퍼런스는 IMO의 결정 전에 열리는 사전 회의체로 이내비게이션 개발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번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 틀이 마련되면 국내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표준화에 한걸음 더 나가게 된다”고 했다.
| LTE-M 통신범위. 이내비게이션이 개발되면 국내 연안 어디에서 각종 해상·운항정보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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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기술은 초고속 해양무선통신망 LTE-M(maritime)이다. LTE-M을 이용하면 연안 100km이내 해역에서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다. 현재 해수부는
KT(030200)와 시범망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6월까지 시운전을 한 뒤 하반기부터 사업자를 선정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국비 1118억원, 민간 190억원 등이 투입된다.
IMO는 이르면 2019년께 이내비게이션 표준을 정하고 2020년부터 새 표준에 맞춘 항법장치를 도입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LTE-M 방식은 한국이 자체 개발해 내놓은 기술로 다른 무선통신 방식보다 가격이나 기능적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면서 “소형선박이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관심이 많아 국제 표준이 된다면 시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